절도범이 자동차 열쇠가 꽂혀 있는 자동차를 훔쳐 달아나다 사고를 냈다면 차량 주인에게 사고 피해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충남 A군에 사는 이모씨는 2004년 2월 자동차 열쇠가 시동장치에서 뽑히지 않자 차를 집 앞에 주차하고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집으로 들어갔다.
3시간 뒤 김모씨는 열쇠가 꽂히고 문까지 열려 있는 이 차를 훔쳐 달아났고, 다음날 아침 이씨는 차가 없어진 것을 알고 도난신고를 했다.
신고 당일 오전 11시쯤 예산경찰서 소속 양모(35) 순경은 이 도난차량을 발견하고 정지신호를 보냈지만, 김씨는 이를 무시하고 양 순경을 그대로 치고 달아났다. 이 사고로 양 순경은 머리를 크게 다쳐 식물인간이 됐고, 양 순경과 가족들은 “이씨가 차량 열쇠 관리를 소홀히 해 사고를 당했다”며 이씨의 자동차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1부(유승정 부장판사)는 “피고는 양 순경 등에게 총 5억18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운전석을 떠날 때 자동차 관리를 철저히 해 다른 사람이 함부로 운전하지 못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며 “이씨는 이를 위반해 열쇠가 꽂힌 채로 운전석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고 야간에 일반인의 통행이 자유로운 자신의 집 앞에 주차한 과실로 김씨가 차량을 절도하고 사고까지 일으키게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