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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맞춤법 어린 시절,부모님의 맞벌이로 외할머니에게 길러진 나는 할머니가 사용하는 사투리와 방바닥을 두드리며 부르던 민요 자락을 듣고 동심의 세계를 만들었다 라디오를 듣던 어느 날,대통령 영부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오찬을 베풀었다는 뉴스에,어린 나는 할머니에게 여쭤보았다 ,할머니! 뭐라고 하는 거야? 할머니는,,대통령 각시가 불쌍한 아이들에게 오천 원을 줬단다,하시면서,아이고 더러버라,대통령 각시면 돈도 많을 낀데 오천 원이 뭐꼬,하셨다 나는 그렇게 오찬을 오천 원으로 알고 유년시절을 보냈다, 며칠 후 작은 할머니가 오셔서,희야,!노래 한 곡 불러 보거레이, 하며 손장단을 쳐 주었다, 나는 할머니가 애써 가르쳐 준 노래를 손바닥으로 땅바닥을 치며 불러 댔다, ,저 산으로 가면 쑥국,쑥국~이산으로 가면 쑥쑥국,쑥국~,,, 그후로부터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인 장소에는 초대 가수가 되어 민요를 멋들어지게 불러야 했다, 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글을 하나씩 배우던 나에게 할머니는 친구들의 이름을 글로 가르쳐 주셨다 병국이~뱅구기,경숙이~갱쑤기,그런 할머니의 독특한 맞춤법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해 받아쓰기를 할 때마다 선생님들의 재미 꺼리가 되기도 했다 그때 내가 썼던 단어들을 기억하자면 할아버지-할부지,아주머니- 아주무이,무우-무시로 주로 이랬다 글을 가르치던 부모님이 억지로 글을 배우도록 안 하셨던 것은 사투리도 우리의 말이고 할머니를 기억하는 소중한 추억이라는 것을 알고 그러신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내가 아이를 출산 할 때 뒷바라지 까지 해주시면 나의 곁에 항상 계시던 할머니는,여든 여섯의 따스한 봄날 생애를 마감하셨다 기쁠때나 궂을 때나 늘 따뜻한 그림자로 남아 있는 우리 할머니의 익숙한 언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