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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지오지자웅(誰知烏之雌雄)
    카테고리 없음 2022. 12. 20. 07:46

    수지오지자웅(誰知烏之雌雄)
    까마귀의 암수를 누가 알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

    검은색은 대체로 어두움과 죽음을 상징하는데 이런 색깔을 온통 뒤집어쓴 새가 까마귀다. 까마귀는 예언을 할 수 있고 늙은 어미에게 反哺之孝(반포지효)하는 효성스런 새이지만 검은 색으로 인해 불길하고 불운을 가져오는 새로 배척받는다.
    까마귀의 집단은 리더가 없는 단순한 집합체라는데, 이 때문에 烏合之卒(오합지졸)이라고 얕보인다. 보통 새들은 수컷이 암컷보다 깃털도 화려하고 몸통도 더 큰데 까마귀는 형태도 비슷하며 색깔도 다 같이 검기만 해서 어느 것이 암놈인지 수놈인지 구별 못한다고 화풀이도 당한다.

    까마귀의 암컷과 수컷(烏之雌雄)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誰知)라는 이 말은 선악이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울 때 비유적으로 쓴다. 줄여서 烏之雌雄(오지자웅)이라 해도 같다. 중국 고대 周(주)나라에서 약 3000년 전부터 전해지던 시를 모은 ‘詩經(시경)’에서 유래했으니 역사도 오래다.
    모두 305편의 시가 4개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중 잔치 때 사용되던 음악이라는 小雅(소아)편에 실려 있다. 모두 13개장으로 되어 있는 正月(정월)이란 시의 다섯 번째 부분을 보자.
    ‘산이 비록 낮다고 하지만 산등성이도 있고 구릉도 있네
    謂山蓋卑 爲岡爲陵(위산개비 위강위릉),
    백성들의 뜬소문을 어찌하여 막지 못하나
    民之訛言 寧莫之懲(민지와언 영막지징),
    저 노인장을 불러 꿈을 점치는 사람에게 물어보네
    召彼故老 訊之占夢(소피고로 신지점몽),
    저마다 자기가 성인이라 하니 누가까마귀의 암수를 구별할 수 있으리
    具曰予聖 誰之烏之雌雄(구왈여성 수지오지자웅).‘
    이 시는 소인배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를 어지럽히자 이를 탄식한 내용이다. 주나라의 포악한 幽王(유왕)을 규탄한 것으로 해석하는 내용이다.

    죄를 가릴 때 주장이 팽팽하면 범인을 찾기 어렵다. 단시일에 해결 못하고 미궁에 빠진 범죄라도 세월이 지나면 해결된다. 하지만 가치에 대한 판단이라면 사람마다 다르므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경우는 모든 후보가 자신이 적격이라고 주장한다.
    유권자가 보기에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더 헷갈린다. 그래도 이 경우에는 심사숙고하여 암수를 가려야 후회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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