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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돌희용(猪突豨勇)
    노인회 소식 2018. 6. 8. 08:41
    저돌희용(猪突豨勇)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덤빔 

    커다란 덩치를 가진 멧돼지가 긴 주둥이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앞세우고 돌진하면 혼비백산한다.  
    식용으로 가장 많이 기르는 돼지는 豚(돈)이고, 猪(저)와 豨(희)는 모두 산돼지, 즉 멧돼지를 가리킨다.  
    머리와 네 다리, 꼬리의 모양을 본뜬 부수 豕(시)가 붙는 글자는 모두 돼지의 품종이나 성질을 나타낸다.   
    突(돌)은 개(犬)가 구멍(穴)에서 갑자기 뛰쳐나오는 모습이다. 멧돼지는 어떤 동물이든 등을 보이면 무모하게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같이 사납게 앞으로 내닫는 것이 猪突(저돌)이다. 豨勇(희용)은 멧돼지처럼 무서움을 모르고 덤비는 용기다.
    일을 처리하는데 앞뒤 재지 않고 막무가내로 무소처럼 앞으로만 나간다면 그르치기 쉽다.  
    하지만 방향이 정해졌을 때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없어서도 탈이다.  
    병사들을 이끄는 장수라면 臨戰無退(임전무퇴)를 앞세우니 상황을 잘 살펴 적진에 돌진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부정적으로만 사용될 것 같은 이 말이 처음에는 용맹스런 군대에 붙인 이름이었다.

    중국 前漢(전한)과 後漢(후한) 사이에 新(신)나라가 있다.  
    신나라는 외척이었던 王莽(왕망, 莽은 풀 망)이 平帝(평제)를 독살한 뒤 2살 된 어린 임금을 세워 섭정이 되고 국정을 좌우했다.  
    뒤에 황제까지 되어 세운 신나라는 산적한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왕망은 결국 서기 23년 피살된다.  
    그는 유행하던 오행참위설을 이용하여 민심을 얻고 개혁정책을 펼치기도 했지만, 당시 몽골고원과 만리장성 지대를 중심으로 활약한 유목기마민족 匈奴(흉노)의 침범으로 골치를 썩였다.  
    이를 막기 위해 왕망은 묘안을 냈다. 전국의 죄인과 노예들을 모아 군대를 조직하고 멧돼지가 돌진하듯 용기 있는 부대라 했다.
    班固(반고)가 지은 ‘漢書(한서)’의 관련 기록은 ‘흉노의 침략이 심해 왕망은 천하의 죄수와 노예를 모아 저돌희용이라 이름 붙였다 
    匈奴侵寇甚 莽大募天下囚徒人奴 名曰豬突豨勇
    (흉노침구심 망대모천하수도인노 명왈저돌희용)’고 되어 있다.  
    왕조의 재정관계를 따로 기록한 食貨志(식화지)의 하편에 나온다.

    무모하게 달려드는 멧돼지가 걸핏하면 도심으로 내려와 시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먹이를 찾기 어려워지는 계절엔 훨씬 자주 도심으로 내려올 것이란다.  
    등을 보이지 않고 도망하거나 함부로 공격해서는 더 위험하다고 하니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 행동요령을 숙지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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