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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님, 천도재는 꼭 지내야 하나요?
    카테고리 없음 2012. 2. 10. 06:55

     

     


    스님, 사람들이 말하기를 사업을 하거나 큰일을 앞두고
    조상 천도재를 지내면 참 좋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런가요?
    5월이면 백중 천도재도 지내는데, 이런 조상천도를 해드리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뭣 때문에 하려고 하는데요?
    (남편이 지금 사업을 옮기게 돼서, 좀 잘 되었으면 해서요..)
    잘 되었으면 해요? (네)
    그럼 남편한테 술도 좀 받아주고, 밥도 잘 해주고
    저녁에 오면 잘 껴안아주고, 등도 좀 두드려주고, 즐겁게 해주고 그러면 돼.
    그러면 사업이 잘 돼.. (웃음)


    (그러면 굳이 그런 걸 할 필요는 없는 건가요?)
    아니.. 하지 말라고 그러면 그 사람들 어떻게 해? 다들 밥먹고 살아야 하는데..
    여기도 이렇게.. 영가등 달아서 먹고 살아야 하는데.. (웃음)
    그러니까,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요.
    (남편은 그런 거에 대해서 썩 마음내켜 안 합니다. 불교도 안 믿고..
    그런데 저는 어른들께서 그리 말씀하시니까, 아 하면 좋은가보다.. 그렇거든요)
    하면 좋은가보다.. 싶으면 하면 되지.. 뭐가 문제예요? 돈이 아까워요?
    (아뇨.. 남편도 좀 '아 그래' 그러고 편하게 응해주면 좋은데..)
    남편은 불자도 아닌데 왜 그걸 하겠어?

    어떻게 내가 하는 걸 남편이 다 지지해주길 바래? 그건 욕심이지..
    남편이 지지 안 하면, 안 할 수도 있고,
    남편이 지지 안 해도, 나는 할 수도 있고..
    꼭 하고 싶으면, 욕 좀 얻어먹고 하면 되지.. 뭘 그걸 어렵다고 그래?

    그냥 막연히 '천도재 지내면 사업이 잘 되려나..'
    그럼 천도재 지내는 사람이 '잘 된다'고 그러면서 지내라고 그러지, 안 된다고 그러나?
    교회다니는 사람은 또, 헌금도 많이 하고 하면 사업 잘 된다고 그러지, 안 된다고 그럴까?
    (잘 된다고 그러겠죠)
    그런데 나한테 와서 '잘 되나? 안 되나?' 물으면 어떡해?
    '잘 된다' 생각하는 사람은 하면 되고
    '에이 그게 뭐 잘 되나?' 그러는 사람은 안 하면 되는 거지..
    산에 가서 돌멩이 줏어가지고, 뭐 돌 안에 돌 들었다고 10만원씩 50만원씩 주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걸 어떻게 '잘 했다, 잘못 했다' 말을 해?
    자기 맘에 들면 100만원이라도 주고 사는 거고,
    나같은 사람은 그냥 줘도 버리고 온단 말예요.
    그러니까 그걸 '잘 했다, 못 했다' 말 할 수가 없지..

    이건 문화입니다.
    조상 제사를 지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이건 '초파일 연등을 달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렇게 묻는 거와 똑같애.
    달아야 된다, 안 달아야 된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녜요.
    달고 싶은 사람은 달고, 안 달고 싶은 사람은 안 달고.. 이런 문제지.
    교회에 오면 꼭 헌금을 내야 되나? 목사가 보기엔 '내야 된다' 이래 말하고 싶지..
    스님 보고 '연등 달아야 됩니까?' 이래 물으면, 달아야 된다고 하지 그럼, 달지 말라고 그러겠어?
    그러나, 지금 이 자리는 이해를 떠나서
    진리를 논하는 자리니까.
    지금 나보고 '달아야 됩니까? 안 달아야 됩니까?' 이래 물으면
    달고 싶으면 달고, 달고 싶지 않으면 안 달아도 된다.. 이렇게 얘기하는 거고,
    여기 법상에서 내려간 다음에 나보고 '달아야 되나, 안 달아야 되나?' 물으면
    '달아야지!' 이렇게 대답한단 말예요. (대중들 폭소)
    지금 이 자리에선 이해를 떠나고 불교를 떠나고, 누구 편도 떠나고.. 진리를 말해야 하니까
    '천도재를 지내야 합니까? 아닙니까?' 물으면
    지내고 싶으면 지내고, 아니다 싶으면 지내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는 거고..
    이제 여기서 내려가면.. 답이 좀 달라.. ㅎㅎ
    (감사합니다) (대중들 박수..)

    천도재를 지내야 하느냐, 아니냐..
    장례를 뭐 3일장을 해야 하느냐, 5일장을 해야 하느냐..
    화장을 해야 하느냐, 매장을 해야 하느냐..
    제사를 꼭 밤 11시 넘어서 지내야 하느냐, 좀 일찍 지내면 안 되느냐..
    찬송가만 부르고 마치면 안 되느냐.. 이런 생각들 하죠?
    그런데 그건 '이래야 된다, 저래야 된다' 하는 게 없어요.
    그건 문화예요.. 문화.. 아시겠어요?

    문화니까.. 제사상 차릴 때도 맨 앞에 대추부터 놓고.. 순서 있죠?
    그거 바꿔 놓으면 뭐라고 그러죠? 그렇지만 우리가 밥먹을 때 반찬이 뭐..
    그게 오른 쪽에 있으면 어떻고, 왼 쪽에 있으면 어떻겠어? (웃음)
    그러니까 나보고 '대추를 꼭 먼저 놓아야 됩니까?'
    법상에 앉아 있을 때 그래 물으면 '니 놓고 싶은 대로 놔라' 이래 대답하고..
    내가 집에서 부모제사를 지내는데 조카가 '대추를 먼저 놔야 합니까?' 물으면
    '그럼.. 대추를 먼저 놔야지..' 이렇게 대답을 할 겁니다. 이건 문화예요.
    문화는 '옳으냐 그르냐'를 논할 수가 없어요.
    문화는 옛날부터 그렇게 해 온 겁니다.


    '왜 그랬을까?' 따져보면 이유가 또 있겠지?
    왜 대추를 제일 먼저 놓을까? 내가 알아본 건 이래요..
    나뭇잎이 필 때, 대추나무 잎이 제일 늦게 핀대요.
    그래서 세상사람들 다 나온 뒤에, 어른이니까 '어험, 다 나왔나?' 이러고 나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일 어른이라서 제일 먼저 놓는대요.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지만.. ㅎㅎ
    아무튼 그런 식으로 다 이유가 있어요.
    부처님이 옆구리에서 나왔다 하는 것도 '왜 그랬을까?' 알아보면
    '아, 인도의 전통에서.. 왕족은 신의 옆구리에서 나왔다 하는 걸 상징하는구나..' 알 수 있잖아요.


    또 '연등은 꼭 달아야 하나? 안 달면 어두워서 부처님이 못 오시나?' 이렇게 따지는 게 아녜요.
    옛날부터 그렇게 초파일 되면 등 달고, 불 밝히고 해왔으니까 하는 거예요.
    요즘은 뭐 너무 장사속으로 하는 것도 있어서 문제가 좀 있긴 있지만..
    사람이 죽었을 때도, 그날로 그냥 묻어버리면 너무 아쉽잖아?
    그래서 3일장, 5일장 있는 건 그 섭섭한 마음을 좀 달래라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1년장 하라고 하면 지칠까? 안 지칠까? 진절머리치겠지..
    그러니까 너무 길어도 안 되고, 한 3일이나 5일쯤 하는 겁니다.
    옛날엔 5일장을 많이 했는데, 요즘 사람들은 5일 하라고 그러면 '죽겠다'고 그래..
    그래서 아쉽다고 하면서도 다들 3일장을 좋아해요.
    인도는 당일로 합니다. 죽으면 뭐 몇 시간만에 바로 화장합니다.
    이렇게.. 이건 다 문화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문화를 가지고 지금 질문한 사람처럼
    '옳으냐? 그르냐?' 이래 물으면 안 돼요.
    문화적으로 물으면, '아, 유교는 이렇게 하고.. 불교는 이렇게 한다..'
    '이게 불교식입니까?' 하면, 아니다..
    불교하고 유교하고 한 500년 같이 살다보니, 유교가 불교고 불교가 유교로 되고..
    원래 불교에 뭐 제사지내고 이런 게 있겠어? 없지..
    유교 문화 속에 살려니 이렇게 된 거지..
    천주교 들어와 그거 안 하려고 하다가 많이들 죽었잖아.. 그죠?
    천주교도 요즘 해요? 안 해요? 하지..
    개신교는 안 하지? 왜? 늦게 들어와서..
    조선시대 들어왔으면 이것도 했을 텐데..
    이건 조선 다 망한 뒤에 들어오니까.. 탄압할 때 안 들어왔잖아요?
    그래서.. 안 해도 되는 사회에서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이런 문화는 '옳다, 그르다' 따지는 게 아녜요.

    지방 쓰는 것도 경상도하고 충청도하고 다르고.. 불교 예불도 종단마다 달라요.
    어느 게 옳으냐 이렇게 따지면 안 돼요.
    그러나 조계종 사찰에서 천태종식으로 하면 틀렸다고 하죠?
    원래는 옳고 그른 게 없지만, '이 조건에선 이게 옳다' 라고 하는 겁니다.

    이 법상에선 오직 진리를 논하는 자리니까
    문화 문제를 가지고 얘길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천도재도 지내고 싶으면 지내고, 말고 싶으면 말고..
    '당신 알아서 하시오..' 이게 답변이고.. 이걸 무유정법이라고 하고..
    그런데 여기서 내려가서.. 저기 연등 접수하는 데 내가 서 있는데
    '스님, 연등 꼭 달아야 돼요?' 그러면 당연히 '달아야지!' 이럽니다.
    '얼마짜리 달아야 좋아요?' 그러면 '많이 달면 좋지!'
    '내 것만 달아야 돼요? 죽은 조상도 달아야 돼요?' 그러면
    '조상은 따로 달아야지!' 그럽니다. ㅎㅎ
    왜? 죽은 조상은 또 하얀 등으로 따로 달게 돼 있잖아?
    이건 문화가 그렇게 돼 있다 이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질문은 문화에 대한 겁니다.
    시절인연 따라.. 사람들 하는 거 보고
    생각해서 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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