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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좋은지 깨달으려면, 더 큰 불행을 겪어봐야법륜스님 즉문즉설 2011. 12. 12. 06:40
Q 문
스님, 저는 8년 전에 남편과 사별하고, 올해엔 군에 갔다가 휴가 나온 아들을 또 그렇게 보냈습니다.
(울면서 질문) 세상에 대해 할 말도 없고, 제 삶의 밑그림도 다 지워진 상태입니다.
요즘 명상 수행을 하면서 그동안 어리석게 살아온 저 자신을 깊이 참회합니다.
또 여기에서 잘 헤쳐가지 못하면 하나 남은 딸마저 중심을 잃게 될까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런 저는 어디에서 다시 출발하여 어떻게 수행의 방향을 잡아가야 하는지요?
간절히 길을 구하는 마음으로 질문드립니다.A 답
남편이 돌아가시고.. 또 무엇보다도 자식이 그렇게 먼저 가면 부모마음을 찢어 놓죠.
그래서 앞길이 안 보인다 하는 것은 우리가 이해가 됩니다. 공감도 되고요.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가 결혼할 때, 남편이 갑자기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해봤습니까? (아뇨..)
또 남편이 돌아갔을 때, 아들이 또 사고로 죽을 거다 라고 생각해봤습니까?
(아뇨, 이제 힘든 일은 다 끝났겠거니.. 그렇게 여겼지요
그리고 남편 돌아가시고, 제가 참 어리석게 살았구나. 길을 잘못 찾았구나.. 생각합니다)
지금 못 살겠다.. 앞이 안 보인다. 이러는데
이것보다 더 큰 불행을 겪으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그땐 살 만했다..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지금이 살 만해지려면 길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내가 지금 '아 그래도 살 만하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기쁘게 사는 길이 있고
아니면, 내가 내 정신을 못 차리면 더 큰 불행이 일어나가지고
'아 그땐 살 만했다' 하는 걸 깨우쳐줄 수도 있다 이 말예요.
더 큰 불행을 당하고 '아 그땐 살 만했는데' 하고 깨우치는 게 낫겠어요? 아니면
지금 바로 내가 '아 지금 살 만하다' 이렇게 깨우치는 게 낫겠어요?
(저도 그런 생각은 하는데요 지금 살 만하다 생각하는 것도
제 주제에 주제 넘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 먼저 돌아가신 남편과 아들이, 내가 울고불고 하면서 살아야 좋아할까?
행복하게 살면 얄미워할까? 어느 걸 좋아할 거 같애요?
(잘 살아야 하겠죠..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가끔씩 아주 미안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내가 잘 사는 게 죽은 사람한테 왜 미안해요?
(자책하는 마음이 들어 있는 거 같습니다. 모든 게 내 탓이라는 거)
내 탓이라는 말은, 상대를 미워할 때 상대 탓이라고 해서 상대를 미워할 때
그게 상대 탓이 아니라 내 탓이로구나 하는 걸 깨달으면 미워하는 게 없어지죠?
그런데 지금 이것을 내 탓으로 돌리면, 미워하는 마음이 없어져요?내가 괴로워져요?
(괴로워지죠..)
그럼 '내 탓'이라는 건.. 나를 괴롭게 만들려고 부처님이 '내 탓이다' 이렇게 가르쳤을까? (아뇨..)
내가 괴로워하면 나한테 이로워요? 손해예요? (손해죠)
그럼 내가 괴로워하면 나한테는 손해인데 죽은 아들이나 남편한텐 득이 될까요? (아뇨)
그럼 살아있는 딸한테는 득이 될까요? (아뇨)
그럼 나한텐 손해지만 다른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한텐 득이 될까요? (아뇨?)
그럼 북한에 굶어죽는 사람들한텐 좀 도움이 될까? (안 됩니다)
그럼 왜 괴로워하는데? 누구를 위해서 괴로워해요?
사람은 항상 자기가 처한 현실에선 '아이고 힘들다, 힘들다' 이렇게 말하는데
더 큰 불행을 겪어보면 '아.. 그때 좋았다' 이렇게 뒤늦게 자각을 합니다.
그럼 지금이 '나쁘지 않다' 하는 걸 자각시키려면
하나는, 법문을 듣고 깨우치는 길이 있고
하나는, 더 큰 불행을 겪어가지고 그걸 깨닫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괴롭다, 힘들다' 하는 것은 더 큰 화를 자초한다. 이 말입니다.
더 큰 화가 일어나야 '아 이게 안 괴로운 거로구나' 알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화를 자초하는 게 좋아요? 아니면
스스로 깨달아서 화를 막는 게 좋겠어요?
(뒷쪽 말씀이 더 좋겠습니다)
자기 명이 다 돼서 죽었는데, 그걸 내 탓 한다고 되겠어요?
굳이 내 탓이라면, 그 사람이 그렇게 단명한 줄 몰랐다 하는 게 내 어리석음이라면 어리석음이죠.
단명한 사람인줄 알았으면 살아있을 때 좀 더 잘해줬으면 좋았지.
단명한 줄 모르니까 영원히 살 줄 알고 구박도 하고.. 뭐 그런게 미안할 수도 있죠.
그러나 그건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뭘 몰라서 그런 거예요.
또 단명한 줄 알았으면 내가 복을 지어가지고 명을 좀 늘려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몰랐지.
그러니까 그것은 내가 뭘 나쁜 짓을 한 게 아니고, 뭘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어리석어서 그랬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내가 좀 빨리 지혜로워져야 하겠다.
이게 지금 내 관심사가 돼야 합니다.
죽은 자식 생각, 남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왜?
또 무슨.. 내가 몰라가지고 또 후회할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무슨 일을 당하더라도 내가 알고 당해야 할 거 아뇨? 알고..
지금 본인 건강하죠? (예, 건강합니다)
건강한 것만 해도 지금 엄청난 복이예요.
다 잃어버린 것 같지만, 그래도 딸도 있고, 건강하고, 이렇게 살아 있고..
엄청난 복을 가지고 있는데 자꾸 그렇게 '앞길이 안 보인다, 죽겠다' 이러면
있는 사람 또 잃고, 있는 눈 잃고, 있는 귀 잃고, 있는 다리 잃고, 있는 손 잃고..
자꾸 이렇게 간다니까?
앞길은 어디 새로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아 지금 있는 것만 해도 참 복이구나' 할 때
그게 '앞길이 훤히 보인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절에 다녀요, 안 다녀요? (다닙니다)
그럼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감사합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우리 딸도 건강합니다.
부처님 은혜 속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이상 불행이 안 일어나요.
아직도 뭔가 자꾸 불평을 하면 더 큰 화를 부르는 겁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어렵겠지만 항상 작은 돈이라도
'목숨을 산다' 돈으로 목숨을 사는 마음으로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시를 많이 하세요.
그렇게 해야, 내 후손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법륜스님 즉문즉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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