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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솔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1. 12. 5. 07:49

    [질문]

    아이들이 좋아 교사 직업을 선택했지만 성격이 내성적이고 남 앞에 서는 것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30여명의 학생들을 통솔하는 게 너무 힘이 듭니다.

    요즘 교사 자격이 있는지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성격을 외향적으로 바꿔 통솔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답변]

    직업을 잘못 선택해서 생긴 고민입니다. 아이들이 좋아서 가까이 하고 싶다
    면 자기 아이를 낳아서 기르든지, 아니면 고아원이나 아동복지기관 같은 데
    서 봉사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이런 고민
    이 생기지 않겠지요.


    우선 한 가지 방법은 교사를 그만두는 것입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
    봐야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가 없습니다. 남의 자식을 30명이나 모
    아놓고 나쁜 영향을 준다면 죄를 짓는 일입니다. 왜 그렇게 인생을 억지로
    살려고 합니까? 등산할 때 산에 올라가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고
    그 산에서 안 내려옵니까? 아무리 힘들게 올라갔더라도 산 구경을 마치면
    내려오지요.

     

    마찬가지입니다. 교사생활을 해봤더니 나하고는 맞지 않더라
    싶으면 그만두면 됩니다. 한번 그 직업을 선택했다고 해서 끝까지 계속해야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내성적인 내 성격에 맞는 직업을 찾아보면 됩니다.


    성격을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그것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기는 해도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내 성격을 바꿔서 계속
    교사를 할 건지, 아니면 내 성격 내 기질에 맞는 일을 새로 찾아서 할 건지
    를 선택하면 됩니다. 이때 교직 공부를 오래했다, 힘들여 교사자격증을 땄
    다,

     

    안정적인 직장인데 그만두기 아깝다, 이런 것에 집착하면 죽을 때까지
    인생을 억지로 살아야 됩니다. 인생을 이처럼 억지로 살 필요 없습니다. 내
    가 지금 마음이 불편하면 왜 불편한지를 알아차려서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
    는 것을 수행이라고 합니다.

     

    행복을 위해서는 왕위나 억만금도 집착할 바가
    없이 돌멩이처럼 버리는 것이 수행인데 교사자격증이 뭐 대단하다고 거기
    에 목매달아 하루하루 도살장 끌려가듯 억지로 인생을 살아갑니까? 불법을
    알면 내가 욕심내고 있는 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고 탁 던질 수 있어야지요.


    또 자신이 교사 자격이 있나 의문이 든다고 했는데, 교사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면 될
    일을 대부분 교사들은 모른다는 소리를 안 하려고 합니다. 교사는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제대로 가르치느냐가 중요합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공부해서 가르쳐주면 됩니다. 옛날에 저도 잠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학생의 질문에 제가 모르겠다고 답을 했더
    니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으면서 왜 자기들한테는 다 알아야 한다고 하느냐
    며 항의를 하더군요. 그래서 “너희도 당연히 모를 수 있지. 하지만 너희는
    모르면 시험에 떨어지고 선생님은 몰라도 내일 알아오면 된다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니 너희는 알아야 되고 나는 몰라도 괜찮다는 거다.” 이렇게 이
    야기했습니다. 

     

    교사라면 뭐든 다 아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니 힘이 드는 겁니다. 아무리 어
    린 아이가 묻는 것도 모를 수가 있습니다. 한번은 어린이 법회에서 법문을
    하는데 초등학생 아이가 손을 들고는 “지장보살님은 머리가 왜 파란가요?”
    하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탱화를 보니까 진짜로 지장보살님 머
    리가 파란 거예요.

     

    그런데 나는 그 질문을 받을 때까지 지장보살 머리가 파
    랗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한 아이에게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장보살이 스님 출신 보
    살이라 그렇게 표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모르는 게 드러날까 봐 겁내지 마세요. 모르는 건 좋은 겁니다. 무엇을 모르
    는지 알아야 다시 공부해서 알아갈 수가 있습니다. 자꾸 시간을 내서 공부
    하고 동료 교사에게 물어봐서 가르치면 됩니다. 그럼 교사생활을 3년만 해
    도 실력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아이들을 대하는 데 겁날 게 없어집니다.

     

    생에게 인기 있는 교사가 되겠다, 잘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 우수 선생이
    되겠다, 이런 생각 하지 말고, 학교 가서 학생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같이 공
    부해 나가세요.

    그리고 아침마다‘부처님, 저는 아이들과 잘 놀겠습니다. 편안하고 재밌게
    놀겠습니다’하는 마음으로 108배를 하면 금방 좋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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