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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보내주지 못하고 애달프게 부르면..법륜스님 즉문즉설 2011. 11. 30. 06:46
Q 문
3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있던 언니가 8년전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언니의 죽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형부는 밉고 조카들은 외면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마음을 갖고 대해야 할까요?A 답
형부와 조카를 미워하는 것은, 언니에 대한 집착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은 사람에 대한 집착은 죽은 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산 사람에 대한 미움과 외면 역시, 아무 도움이 되지 않고 괴로움일 뿐입니다.
먼저 전통적으로 말해서, 누가 돌아가시면.. 부모나 자식이 죽었을 때
계속 애달프게 부른다면, 그는 쉽게 갈 수가 없겠죠?
그렇다고 돌아올 수도 없는데, 계속 부르면 어떻게 되겠어요?
오도가도 못하고 중간에서 떠도는 무주고혼( 有住無住)이 됩니다.
떠날 사람은 떠나가게 해야 환생을 하든 극락엘 가든 할텐데
그런데 자꾸 잡으면 영혼에게도 고통이겠죠?
그리고 자꾸 잡아서.. 만약 다시 돌아온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나에게나, 나에게 가까운 사람에게 오면.. 귀신들린 현상이 나타나겠죠?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 죽은 자람을 자꾸 잡는 것은, 그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정도를 넘어 큰 괴로움이 되고
나아가 나에게도 재앙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할까요?
쥐가 쥐약을 먹듯이, 고기가 낚시밥을 물듯이.. 알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다, 또는 부모님을, 또는 자식을..
그렇다 하더라도 이미 돌아가셨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합장하며) '안녕히 가십시요' 해야 합니다.
그것이 첫째 그 분에게 좋고, 둘째 나에게 좋다..
그래서 뭐라고 그래요?
(합장하며) '왕생극락 하옵소서'
좋은 곳으로 잘 가시옵소서.. 이러잖아요?
사정이야 어찌 됐든 '안녕히 가세요' 탁 놔줘야 합니다.
일단 그렇게 언니를 탁 놓아주고..
언니가 쉽게 가지 못하고 제일 걱정되는 게 있다면 그게 뭘까요?
자식하고 형부 걱정 때문에 못가겠죠?
그러니까 '안녕히 가십시요' 하고 놔줄 뿐만 아니라
언니가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조카들하고 형부에게 잘 해야 합니다.
그게 언니를 가장 위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이 분은 지금 거꾸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또 새로운 재앙을 자초하게 됩니다.
자, 이건 우리가 통상적으로 하는 얘기고..
법(法)에 의한 문제는.. 부처님께선 어떻게 가르치셨나 들어보세요.
부처님께서 어떤 마을에 걸식하러 갔는데, 조그만 아이가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우리 아버지 때문이라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아버지는 너무 슬퍼하는 나머지 무덤가에 움막을 짓고
벌써 몇년째 꼼짝 안 하고 있어서, 집안이 다 무너지게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얘기해도 안 돼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처님께서 아이 귀에 대고 뭐라뭐라 하셨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알았어요!' 하면서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그 후동네엔 아이가 미쳤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아이가 소꼴을 베어다가 죽은 소에게 주면서 '소야, 먹어라' '소야, 먹어라' 그러고 있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죽은 소가 어떻게 먹냐?' 하며 말려도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래서 '뉘집 애가 미쳤다' 이렇게 소문이 난 것이었죠.
이 소문이 무덤가에 있던 아버지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아들이 미쳤다니 정말인가? 가 보니 정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화를 벌컥 내면서 '이 바보같은 놈아, 죽은 소가 어떻게 꼴을 먹냐?'
막 야단을 쳤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럼 어버지는 왜 그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버지는 탁 깨쳤습니다.
이게 담마, 불법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겁니다.
제가 두 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우리의 통상적인 신앙체계에 견주어 보더라도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니
이제 언니에 대한 집착을 탁 놓고, 기꺼이 보내드리고
남아 있는 조카와 형부를 잘 돌봐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 부다담마(Buddha Damma) 부처님 정법(正法)에서 보면
이건 잘못된 집착일 뿐이다..
이것은 나에게도, 언니나 조카 형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마치 돌아가신 어머니께 효도한다 하면서 가정을 파탄시키는 그 아버지처럼
그렇게 어리석은 짓이다. 이 말입니다.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법륜스님 즉문즉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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