譜云 敎海 瀉阿難之口 禪燈 點迦葉之心 故阿難 問迦葉
世尊 傳金外 別傳何法
迦葉 召阿難 阿難 應諾 迦葉云 倒却門前刹竿着
(私曰二尊 不化 喚處分明 應處眞 中 具色聲言語也 最初禪也)
<전등계보>에 이르기를 교의 바다는 아난의 입에 쏟아주시고 선의 등불은 가섭의 마음에 점지해 주셨다. 그러므로 아난이 가섭에게 묻기를,
“세존께서 금란가사를 전해준 것 외에 따로 무슨 법을 전하였습니까?”라고 하였다.
가섭이 아난을 부르니 아난이 “예”하고 대답하거늘, 가섭이 말하였다. “문 앞에 있는 찰간(깃발)을 넘어뜨려라”라고 하였다.
(사견으로 말하자면, 가섭과 아난이 함께 교화하지 않는다. 부르는 곳이 분명하고 대답하는 곳이 진실하다. 그 가운데에 형색과 소리와 언어를 갖췄으니 이것이 바로 최초의 선불교라고 하겠다.)
“나는 이와같이 들었다”며
경전 내용 재설해 교화해
해설 : 서천의 두 번째 조사인 아난존자다. 아난은 세존의 10대 제자 중에 한 사람이지만 선종에서는 가섭존자의 법을 이은 사람으로 제2대 조사라고 칭한다.
아난을 무염(無染), 환희(歡喜), 경희(慶喜)라고 번역하는데 세존의 4촌 동생으로 가비라성의 석가종족 출신이다. 그의 전기에 의하면 오랫동안 부처님의 시자가 되어 가장 오래 모시었으며 따라서 부처님의 교법을 가장 많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총명이 남달라서 한번 들은 것은 모두 다 기억하였으므로 부처님의 법문을 결집할 때 아난존자가 500 아라한 중에서 송출(誦出)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모든 경전 서두에는 아난존자가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如是我聞)”라고 하면서 그 경전의 내용을 들은 대로 재설(再說)하여 대중들의 의혹을 풀었다는 사실은 불교사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불교승단에 비구니제도를 최초로 둘 수 있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일이라든지, 부처님의 시자를 맡기로 하면서 조건을 붙인 일과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 마지막으로 중요한 사항들을 물어서 뒷일을 잘 처리할 수 있었던 등등의 특기할 만한 내용들이 대단히 많은 제자이다.
<직지심경>에는 가섭존자와 아난존자를 함께 이야기하였다. 내용에서 밝힌 대로 부처님의 교학은 아난존자가 부처님의 법문을 들은 대로 외어내어서 오늘날까지 널리 전하게 되었고, 선불교의 등불은 가섭존자의 마음에 심어주어 전전히 상전하게 되었다. 일찍이 서산스님이 말씀하신대로 선은 부처님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말씀은 마음에서 나왔으며 마음은 말씀으로 표현된다. 그것이 다른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여 높고 낮은 것을 나누거나 우열을 나눈다면 불교의 진실을 모르는 처사다.
아난존자가 가섭존자에게 법을 전해 받는 문답이라고 해야 할 내용이 소개되었다. 아난이 묻기를, “세존께서 금란가사를 전해준 것 외에 따로 무슨 법을 전하였습니까?”라고 하였다. 가섭이 아난을 부르니 아난이 “예”하고 대답하거늘 가섭이 말하였다. “문 앞에 있는 찰간(깃발)을 넘어뜨려라”라고 하였다.
아난존자의 질문은 가섭존자의 속을 꿰뚫어보고 한 말이다. 속이란 살림살이며 법이며 도다. 가섭이 부르고 아난이 대답한 것이 너무나도 확실하다. 아무런 지엽도 없고 군더더기도 없다. 다만 묻고 대답하는 그 사실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가섭은 공연한 염려를 한 것이다. 아난존자에게는 이미 깃발이라 할 것이 없는데 가섭존자는 행여 깃발이라 할 만한 것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까하여 철저히 점검한 것이다. 마치 양귀비는 공연히 소옥(小玉)을 부르고 소옥은 이미 다 알고 헛소리로 먼 산보고 헛 대답을 하는 겪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