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세월을 씻고 [禪遊 ]
인생은 노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게 노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가 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노는 사람 앞에서
이 세상이 내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열심히 놀라 는 것,
다른 의미가 아니다.
천년의 세월을 씻고 [觀]
떠나 있어라.
떠나 있는 자에겐 삶이 곧 여행이다.
찾지 마라 잃기 쉽다.
천년의 세월을 씻고 [傳燈]
아무런 일없이 겨울이가고 아무런 일없이 봄이 왔다.
본래무일물
본래 한 물건 없었건만 봄은 봄이요 겨울은 겨울이었다.
아무런 일없이 나고 병들고 아무런 일없이 늙고 죽었다.
본래무일물
본래 생사가 없었건만 生은 생이요 死는 사였다.
천년의 세월을 씻고 [割]
새가 하늘을 날 때 오직,
제 몸에 붙은 날개 하나뿐이듯이
수행자가 의지 할 곳은 오직,
제 몸에 붙은 등뼈 하나뿐이로다.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존재의 기쁨]
아름다움,
그것은 어떤 사물의 한정된 모습이 아니라
빈 마음이다.
빈 마음으로 보는 세상은 무엇이든 아름답다.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눈에 띄는 모든 것이 다 신비롭고 아름답다.
빈 마음. 모든 아름다움은 여기에 존재한다.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無心]
아무도 없는 빈 절,
달그림자 벗 하며 맑은 바람 차 마시고
이슬 따 얼굴 씻고 풀 섶에 눕노니
한 마리 산새는 창공을 논다.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존재의 슬픔]
세상이 나를 슬프게 할 때 나는 세상을 꼭 안는다.
마치 숨겨놓은 보석을 아무도 몰래 살짝 보듯 아까운 마음으로 세상을 꼭 안는다.
내가 슬플 때 세상은 숨겨놓은 보석 같이 아까운 마음으로 내 품에 안긴다.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고요한 비명]
오늘은 길 잃은 나그네의 슬픔으로 비에 젖은 아카시아 꽃향기로 서 있고 싶다.
내일은 산불에 몸살 앓은 작은 소나무로 서서 노승의 기침 소리에 편지를 써야겠다.
처마 끝 풍경 바람에 몸살 앓고 객실 아랫목은 차갑기만 하다.
나는 지친 만행의 몸을 풀고 싸늘한 객승의 옷을 벗겨 쾨쾨한 냄새로 그림을 그린다
인생은, 객이 잠시 머물다간 자리.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고요한 자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기 보다는 품는 것. 닭이 알을 품듯
존재의 내밀한 그 무엇을 끊임없이 품고 사는 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지금의 내가 또 다른 나를 향해 고요한 자살을 꿈꾸는 일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破天舞]
석가를 불러 바위에 앉히고 도솔천을 불러 병풍을 친다.
밤새 얼굴 없는 뮤지션들 지지배 지지배배......
개울 가 잔돌멩이는 청동 빛으로 웃고 길가의 코스모스는 핑컷 붉컷 웃는다.
아~ 저하늘 흰 구름은 정반왕의 슬픔인가? 저 높은 초승달은 가섭의 미소인가?
사랑하는 이여! 나는 그대 품의 장난꾸러기 미운 오리새끼 라훌라.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새벽 분황사]
밤인가 해서 눈을 뜨니 밤이 아니요
낮인가 해서 눈을 뜨니 낮이 아니로다.
아 나는
세월 맨 끝 뒷모퉁이에서 無의 파편 하염없이 토하며
윤회의 사슬 뒤척이며 한 바퀴 생사의 꿈을 희롱 하노라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저물 무렵의 첨성대]
귀여운 자리,
두발 묻고 쓰러진 내 작은 무덤.
생명의 소리
온 밤 통곡으로 탑을 쌓고
다시 찾은 세상
아 아 겨울바람 소리만 울고 있구나.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다보탑과 석가탑]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시비 하는 자 없고
아무것도 줄 게 없어 관심 갖는 이 없도다.
佛國의 밤 심심한 마당에 비 떨어지는 소리
한가로이 고개 숙인 중 살림이 넉넉하다.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순례자]
내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아무런 할 일 없이 오고 갔었네.
지금 길을 멈추고 생각해보니 온 일도 없고 간 일도 없네.
몸을 굽혀 앞을 보니 왼발은 뜨고 오른 발은 닿네.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비마]
한걸음 쉬어가고 두 걸음 쉬어가네.
앙상한 빈 가지 소리내어 울고
맑은 바람 맑은 물은 태초의 소식 전하는데.
빈 몸 끌어안고 다시 길을 걷는다.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붉은 우주의 심장]
쉬려해도 쉬지 못한 건
가슴이 하나 밖에 없는 탓이요
놓으려 해도 놓지 못한 건
하나 뿐인 가슴이 타고 있기에
붉은 가슴이...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를 씻고 [一心]
달도 휘고 해도 휘고
해인지 달인지 사람인지
무슨 일로 저렇게
한 덩어리로 서 있는가?
까만 밤은 어쩌라고!
화엄법계도/ 천년의 세월을 씻고 [一花]
어쩜 저리도 작은 몸을 가졌는가?
거미줄 같이 가는 몸, 눈이 아파 못 보겠네
햐~그 몸에 잎 나고 그 몸에 꽃피었네.
노랑 빨강 연분홍.
그 꽃에.. 빛을 숨기네 바람 숨기네.
내 일생을 몽땅 숨기네.
크다!
화엄법계도/천년의 세월을 씻고..춤추는 팽귄
너는 태어났다.
아무런 부족함 없이
너는 온전했다.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이
어떠랴!
한점 바람이면
잠시 스쳐 지나갈 세상.
화엄법계도/천년의 세월을 씻고.. 바람의 아들
이승과 저승이 둘이라면
나는 기웃 기웃 홀로 걷는 두발 나그네
이승과 저승이 하나라면
나는 폴 폴 홀로 걷는 외발 나그네
쳔년의 세월을 씻고 [순결한 성전]
잡초는 몇 번을 밟혀도 다시 고개를 들지만
꽃은 단 한 번을 밟혀도 다시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마치 고귀한 사랑이 단 한번의 상처로 죽어 가듯이
천년의 세월을 씻고 [님을 부르는 마음]
나, 님 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다만 님을 보기 위한 것만은 아니요.
나, 님 을 부르는 것은 다만 님이 듣기를 바래서 만은 아닙니다.
나, 님 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다만 님 이 가셨기 때문이 아니라
진정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천년의 세월을 씻고/ 생명의 축제(歡)
우주는 하나의 큰 생명 덩어리요
세계는 하나의 큰 생명의 꽃이로다.
빛이 허공을 때리니 허공이 운다
함부로 하지마라 허공도 생명이다.
천년의 세월을 씻고/ 생명의 축제 (寂)
여기 꽃이 있네.
생명의 꽃 우담바라 우담바라의 꽃은 피고
여기 피어 있네.
부처의 꽃 중생의 꽃 온갖 성인의 모습으로 온갖 중생의 모습으로
여기 피었도다.
영원한 생명의 꽃 무량수화 영원한 빛의 꽃 무량광화
그대는 이미 우담바라다 싹을 틔우고 꽃으로 나아가라
우담 바라는 삶의 꽃이다 활짝 핀 마음으로 사는 꽃이다.
般若
허허당이 본 화엄세계는
사상 주의 이데올로기가 아닌 觀
화엄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생명관. 우주관.
하늘도 땅도 일체 만물이 생명 아님이 없다는 부처님의 覺觀.
이것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 화엄법계도 이다
생명은 어떤 경우에도 주의, 사상, 이데올로기가 아닌
절대 자유라는 것이 허허당의 생각
따라서 화엄은 어떤 사상적 배경이 아닌
우주는 하나의 큰 생명임을 고함치고 싶은 생명의 몸짓
그 이름을 화엄법계도라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