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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불관언(吾不關焉)▦유머,엽기 2008. 5. 28. 10:43
오불관언(吾不關焉)- 내 알 바 아니다!
옛날, 화용월태(花容月態)의 미모로 뭇 사내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큰 돈을 모은 기생이은퇴한 후, 풍류객 기둥서방에게 여생을 맡길 양으로
"내 시(詩)에 짝을 맞춘 사람에게 몸을 의탁 하겠노라!" 한 즉
먼저, 기생이 문제로 내놓은 시(詩) 한 수!
吾家有一酒 大甁小甁 二十四甁 (집에 술 하나, 큰 병, 작은 병 스물네 병이라)
金氏飮許之 李氏飮許之 (김씨도 이씨도 마시려하면 허락하지만)
飮之以後 醉不醉 吾不關焉 (마신 후 취하고 안 취하고는 ‘내 알 바 아니다.’
그러자 약방의 감초처럼 의원(醫員)님이 대뜸 내놓은 시 한 수!
吾家有一藥 大貼小貼 二十四貼 (내 집에 약 하나, 큰 첩, 작은 첩 스물네 첩이라)
金氏病服之 李氏病服之 (김씨 병에도. 이씨 병에도 먹이지만)
服之以後 效不效 吾不關焉 ( 먹고 난 후 효험 있고 없고는 ‘내 알 바 아니다’)
다음, 심산유곡의 스님의 시 한 수!
吾家有一佛 大佛小佛 二十四佛(내 집에 부처 하나, 큰 부처, 작은 부처 스물넷)
金氏願禱之 李氏願禱之(김씨 소원도 이씨 소원도 기도하지만)
禱之以後 福不福 吾不關焉(기도한 후 복이 오고 안 오고는 ‘내 알 바 아니다’)
그 다음, 맨 끝으로 거지가 내놓은 시 한 수!
吾家有一瓢 大瓢小瓢 二十四瓢(내 집에 쪽박 하나, 큰 쪽박, 작은 쪽박 스물넷 쪽박이라,
金氏宴乞之 李氏宴乞之(김씨 잔치에도 구걸하고 이씨 잔치에도 구걸 하지만)
乞之以後 廢不廢 吾不關焉(구걸 후 잔치 파하고 안 파하고는 ‘내 알 바 아니다’)
기생 가라사대 “의원. 스님은 제 직분에 충실치 못했으나 아무렴 그렇지!
거지가 얻어먹었으면 그만이지 잔치가 파했든 말았든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거지는 기둥서방 이후, 잘 먹고 잘 살았다는데
사실은 나도 ‘내 알 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