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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사랑
    ♥일상사 2008. 5. 20. 07:26



     

     

    이런 사랑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준수한 외모에 시원시원한 성격, 섬세한 배려까지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청년이었습니다
    .
    하지만 농촌을 좋아하는 여자가 없어서 청년은 결혼을 못했습니다
    .

    청년은 어느 날부터 컴퓨터를 장만하고 인터넷을 하면서 도시에 사는 젊은 사람들과 카페에서 활동을 하다가 어느 여자와 E-Mail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
    청년은
    바다라는 닉네임을 가졌고 여자는초록물고기였습니다
    .

    청년이 느끼기에 여자는 박학다식하면서도 검소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어 보였으며 농촌에 대해서도 많은 이해를 하고 있어 보였습니다
    .

    여자와 주고받는 메일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청년의 가슴속에는 여자를 향한 분홍빛으로 사랑이 싹틈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

    E-Mai
    1,000 여 통을 주고받으면서 두 사람은 무척 가까워 졌을 때 청년은 뜨거운 마음을 담아 프러포즈를 했습니다
    .
    그러나 그가 가까워지고자 할수록 여자는 점점 움츠려 들며 멀어져 갔습니다
    .
    마치 눈 덩어리에 입김을 불어 넣어서 따뜻한 온기를 넣어주고 싶어 하지만 그 온기에 눈물로 녹아지는 눈덩이처럼 여자는 자꾸만 작아졌습니다
    .

    청년이 사랑을 고백하기 전에는 하루에 열 통씩 오가던 메일이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답장이 오곤 했습니다
    .
    그마저도 답장은 늘 한 두 줄의 짧은 답이었습니다
    .

    청년은 절망했습니다
    .
    그토록 믿어왔던, 또 믿고 싶었던 늦게 찾아온 사랑에 더욱 더 절망을 했습니다
    .
    누구도 시골은 싫은가 보구나. 다 이상일 뿐이야. 나처럼 힘들고 열악한 환경에서 농촌을 지키고자 하는 내가 바보지. 누가 봐도 인건 바보짓이야.”


    그렇습니다. 청년은 대학을 나와서 다른 친구들 좋은 직장으로 취직을 하고자 할 때 우루과이라운드로 농촌이 신음을 할 때 농촌을 지키고자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농촌에 정착을 했지만 정작 견디기 힘든 것은 외로움이었습니다.

    청년은 도무지 일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
    그 여자의 닉네임이초록물고기란 것 밖엔, 자신이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이렇게 빠져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

    그 무엇에도 두렵지 않던 자신이 이제는 초록물고기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

    한 달째 멜 수신 확인이 안 되었습니다
    .
    의도적으로 피하는지 아니면 무슨 일이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
    청년은 다시 절실하게 여자에게 E-Mai을 보냈습니다
    .

    초록물고기님!

    너무나 절실해서 가슴으로 울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남들은 쉽게 잠이 드는 밤에 술기운을 빌려서 잠이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맨 정신으로 잘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이유를 비 오는 밤 사람이 그리워서 여기저기 수첩을 뒤적여도 맘 편하게 전화할 사람이 없어서 전화기를 들지 못할 정도로 서글퍼 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

    그 사람이 느끼는 소외감을,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걷는 거리를 바쁘고도 무거운 걸음으로 혼자서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
    그 사람이 왜 무거워 하는지. 누가 건들지 않아도 늘 깨질 것처럼 바람 불면 날아갈 듯 위태롭게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

    기댈 사람이 없어 늘 누구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쓸데없는 생각의 깊이에 질식되어 죽을 것 같은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자 가슴으로 울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
    그 사람의 외로움이 얼마나 깊은지. 사랑하는 이가 그리워도 보지 못하는 아픔을 견뎌보지 못한 사람은 모릅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
    그 속이 타서 얼마나 쓰린지.


    한 달 후쯤,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초록물고기에게서 E-Mail이 왔습니다
    .

    바다님!
    나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 하고 많은 시간 고민을 했습니다
    .
    그러나 저는 어릴 적부터 한쪽 다리가 불편한 소아마비를 앓고 있습니다
    .
    그리고 또한 얼굴도 어릴 적 덴 화상으로 흉터가 많이 져 있답니다
    .
    그래서 직장생활은커녕 집안에서 어둔 커튼으로 햇살을 가리고 혼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저는 가진 것도 없습니다
    .
    더구나 몸마저 이래서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습니다
    .
    그 동안 사이버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을 주고 싶었지만 다들 저를 보면 그만 돌아섰습니다
    .

    그 이후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두려워 저에게 호감을 주는 남자가 있다면 먼저 돌아서곤 했습니다. 사랑을 하기도 전에 버림을 받는 제 자신이 너무 가여워 서지요
    .

    바다님에게 메일을 받은 순간 기쁘고 설레었으나 바다님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는 다시 아픔을 줄 수가 없어서 바다님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
    이런 저를 사랑할 수 있다고 자신을 합니까?


    청년은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자의 소식이었지만 여자의 결점을 알고 나니 혼란이 생겼습니다
    .
    부모님의 실망하시는 모습을 떠올리자 청년은 너무 괴로웠습니다
    .
    육체보다는 영혼이 중요하다고 자부하던 청년이었기에 고통스러울 뿐이었습니다
    .

    자신은 위선자가 되는 것입니다
    .
    남의 일에는 정신을 중요시하면서 자신의 일은 껍데기를 더욱 중요시 하는 것이었습니다
    .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청년은 여자에게 다시 E-Mail을 보냈습니다
    .

    초록물고기님!
    사랑하는, 이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겠습니다
    .
    사랑하는 내 단 한 사람, 초록물고기님 당신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
    하지만 당신에게는 건강한 몸을 가진 내가 또한 저에게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당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당신이 말한 당신의 결점은 오히려 나에겐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바위틈에 조용히 피어나 눈길 한번 받지 못하는 제비꽃처럼 저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초록물고기가 바다의 품에서 맘대로 헤엄치는 날 나는 비로소 내 스스로 당신을 사랑할 자격이 있다고 말하겠습니다
    .
    초록물고기가 넓은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칠 자유를 드리겠습니다.


    얼마 후 두 사람은 서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
    청년은 여자의 불편한 몸이 걱정이 되어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하였지만 사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여자의 부탁으로 지금은 폐교가 된 초등학교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
    여자는 그녀의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3 14일 학교에서 가장 큰 나무 밑에서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드디어 3 14, 청년은 여자가 혹 못 찾을까 봐 한 시간 반이나 먼저 나가서 여자를 기다렸습니다
    .
    여자는 남자의 애간장을 다 태우고 20분이나 늦게 도착을 했습니다
    .
    교문에서부터 웬 날씬한 여자가 목발을 짚고 머리엔 노란 스카프를 두른 채 뚜벅뚜벅 거리며 청년의 눈에 점점 크게 다가왔습니다
    .

    혹 초록물고기님이신가요?”


    그럼, 바다님 맞나요?”

    여자는 부끄러운 듯이 살며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제 저를 보여 드리겠어요.”

    하면서 안경과 스카프를 벗어서 나뭇가지에 걸었습니다.

    그 순간 남자는 눈이 휘둥그래지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
    여자는 얼굴에 흉터 하나 없는 우유 빛 얼굴에 이목구비가 또렷한 굉장한 미인이었습니다
    .

    그리고 여자는 목발을 내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나무 밑 벤치에 앉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놀랐나요? 처음부터 속이려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 영혼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당신의 바다에서 헤엄쳐도 될까요?”


    청년은 물기 어린 눈빛으로 와락 여자를 껴안았습니다.
    멀리 바라보는 보리밭 위로 아지랑이가 아른아른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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