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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벽증(潔癖症)
아무리 좋은 것도 정도가 지나치면
심리적 또는 정서적 문제로 인정되어 심리전문가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이런 결벽증 때문에 괴로워하는 분들을 가끔 보게 됩니다.
60 년대만해도 결벽증 같은 용어가 생소했고 그런 증세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인분을 밭이나 논에 뿌려 비료로 썼고 집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도 썩혀서 비료로 만들어 썼으니까요.
그러자니 지금 생활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러운 것들을 만지기도 했고 그 더러운 걸 지게로 운반하기도 했습니다.
겨울내 목욕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고 여름이 와야 냇가에서 물놀이 겸 목욕을 하곤 했습니다.
위생 상태가 지금에 비하여 비참할 정도로 열악했지만 그런대로 행복했었습니다.밥을 먹다가 돌을 씹으면 씹힌 돌 알맹이만 골라 내고 입에 있는 밥은 그대로 먹어야 하는 것으로 부모님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때였습니다.
회상해보면 지금보다 병에 걸리는 빈도가 현저하게 높았던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물론 평균수명은 지금보다 짧았지만 위생을 너무 강조하여 결벽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요즘은 공중화장실에서 결벽증에 걸려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화장실 문고리나 수도꼭지도 맨 손으로 여닫지 않고 크리넥스휴지로 씌워서 여닫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근데, 그건 약과랍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결벽증이 심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 옆을 지나가면서 균이 자기 호흡기로 들어올 것을 두려워하여 호흡을 멈춘다고 합니다.
그런 분들은 공중화장실에 출입을 하면서 모든 것을 맨 손으로 만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 용무를 보고 나올 때까지 호흡을 중단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호흡을 너무 오래 중단하여 화장실에서 기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푸하하하...)
화장실 안에는 더러운 균이 득실거린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호흡을 하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그런 생을 이끌어 가기가 얼마나 어려울까 안타깝습니다.
외출하고 귀가하면 비누로 한 번쯤 손을 씻는 행위는 감기 예방에도 도움이 되므로 필히 실천해야 되지만 손님이 왔다 가면 소독용 스프레이를 집안의 구석 구석까지 뿌리고 심지어는 손님이 걸었던 곳을 일일이 소독할 정도로 균을 두려워 하면 이는 분명히 정서질환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어떤 분은 여행을 도저히 못 간다고 말합니다. 자기 침대가 아니면 절대 잠을 못 잔다는 것입니다.
남의 침대에는 균이 득실거리고 벌레가 여기 저기에서 나올 것 같아서 잠을 못 잔다는 것이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결벽증에 시달리는 성인들 중 1/3 내지 1/2는 그 원인을 소아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유전적인 요소도 있지만 왜 이런 증세를 보이는지는 아직 원인파악이 안 된다고 합니다.그렇지만 치료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상처가 생기면 물로 상처부위를 씻고 살균 연고 등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임으로써 더 이상 걱정을 하지 않지만 결벽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균이 상처에 들어 갔을 것을 염려하여 상처를 여러 번 씻고 또 씻고 균이 상처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나 깨나 불안해 한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이렇게 지나칠 정도로 결벽증에 시달리는 친구가 있으면 심리학 전문가에 가서 치료를 받도록 해야지 그냥 방치해 두면 이 증세가 점점 심해져서 불안의 노예가 되어 인생이 불행해진다고 합니다.
결벽증환자 중에 유명인으로는 억만 장자이었던 ‘하워드 휴즈’ (Howard Hughes)라는 사람이 있지요.그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에도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 본 후에 주방에서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즉 요리사가 손을 씻었는지 그릇은 잘 소독을 했는지 원료는 위생 관리가 철저하게 된 상태로 요리를 하는지를 직접 보아야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결벽증으로 인하여 친구와 함께 식사도 못하고 사회활동도 못한다면 이는 실로 불행한 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