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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맹주산(狗猛酒酸)
    ※잡동사니 2008. 3. 14. 07:23
    구맹주산(狗猛酒酸)이란 말이 있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쉰다’는 뜻인데 까닭인즉슨 이렇다. 춘추시대 송나라에 술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술 맛이 일품이었고 양을 속이지도 않았으며 늘 밝은 얼굴로 친절했다. 그런데도 영 장사가 되지 않았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던 그는 마을 노인에게 지혜를 구했다. 노인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 집 개가 너무 사납기 때문이라오.”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그에게 노인이 설명했다. “사나운 개가 손님들에게 짖어대고 술 심부름 하는 아이들을 물어 달아나게 하는데 누가 올 수 있겠소. 그러니 술이 팔리지 않고 쉬어버릴 수밖에.” 한비자 ‘외저설(外儲說)’ 편에 나오는 얘기인데 새 정부 내각의 처지가 딱하게도 꼭 그 모습이다.

    ‘최고 중의 최고’라는 종업원들을 뽑아(그들의 탁월한 능력은 재산 공개로 익히 증명된 바 있다) 24시간 영업하듯 근면 성실한 태도로(그들은 정말로 별 보며 출근했다 달 보며 퇴근한다) 레스토랑 ‘성공시대’의 문을 열었는데(그들은 돈을 많이 버는 걸 성공으로 여기는 것 같다) 생각만큼 손님들의 줄이 잇질 않는다.

    경쟁업소 ‘민주식당’의 딴죽 탓도 없지 않아 보인다. 손님은 안중에 없이 주방장 입맛대로만 음식을 만들다 쪽박을 찼던 식당이라면 자기네 메뉴판부터 돌아보는 게 순서일진대, 애써 신장개업한 남의 집에 와서 밥이 질다 국이 짜다 트집잡고 있으니 말이다.
     
    종업원의 싹수가 없다고 시비 붙는 바람에 벌써 세 명이 첫 월급도 못 타보고 쫓겨난 판인데 여전히 젓 놔라 장 놔라 남의 집 밥상에 참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팔도요리 경연대회’에서 싹쓸이하는 걸 막겠다는 눈치라면 그때까지는 의자가 불편하다, 조명이 어둡다 지청구가 계속될 테니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닐 터다.

    하지만 그런 타박에도 맘껏 대거리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는 ‘성공시대’인지라 딱한 거다. 경쟁업소의 훼방이 아니라 스스로 손님 내쫓는 사나운 종업원이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게 사실인 까닭이다. 손님들이 대표적으로 손가락질하는 게 보건 위생 담당 종업원이다. 화려한 과거 경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종합선물세트처럼 터져 나온다. 다른 식당에서 일할 때 공금을 유용했다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노하우 다섯 가지를 이런저런 잡지 열두 곳에 중복해 발표하는 재주를 보였다. 여러 명의 노하우를 모아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는 솜씨는 대수로운 게 아니었다. 서슬퍼렇던 5공 시절 ‘정화사업 유공’이라는 공적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생존력도 보였다.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는 몰라도 삼청교육대와 강제징집이 우선 떠오르는 5공식 정화사업이다.
     
    그 흔한 임대소득 축소 신고 의혹은 말할 것도 없고 “스트레스 받아서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딸을 식당에 데려와 여러 차례 공짜 밥을 먹였다. 식당이 망한 이유로 “신앙심이 부족해서”라는 ‘독창적’ 진단을 내렸지만 정작 ‘하느님’과 ‘하나님’도 구분 못하는 무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공시대’ 사장은 이 종업원을 그대로 쓰려는 심사인가 보다. 요즘 세상에 쓸 만한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언제까지나 경쟁업소의 간섭에 휘둘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세간의 관심이 팔도요리 경연대회에 가 있는 틈에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계산일 터다. 그래선지 벌써 그 종업원에 눈도장 찍고 있는 납품업자까지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안 될 일이다. 경쟁업소가 뭐래서가 아니라 손님들이 불쾌해서 안 된다. 다른 건 다 넘어가더라도 아는 사람 공짜 밥 먹이는 도덕성과, 신앙이 있어야 식당이 잘 된다고 믿는 자질을 알고도 식당 일을 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맘에 안 드는 식당 안 갈 수 있다면 몰라도 선택의 여지 없이 단골이 돼야 하니 정말 딱한 건 손님들뿐이다. “손님을 섬긴다”는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손님 쫓는 종업원부터 빨리 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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