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퍼즐 같다. 파고들수록 어렵다. 넓고 깊다. 하지만 퍼즐의 실마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포도다.
와인은 대부분 100% 포도로 만든다. 와인의 색, 맛, 향, 스타일 등 많은 것들이 포도 품종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의 와인전문 사이트 아펠라시옹아메리카는 포도 품종을 사람에 비유해 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8000여 종의 포도 품종 가운데 가장 많이 재배되는 레드 와인 품종은 4가지다.
♣카베르네 소비뇽=왕
젊은 시절엔 두꺼운 껍질에 갇혀 진가를 숨겼다가 10년이란 긴 시간을 어두운 지하 저장고에서 보내면서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낸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와인 메이커들은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다루는 법을 알아냈다. 우아한 카베르네 프랑을 첨가하고 부드러운 메를로를 넣어 성숙한 맛을 더했다.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로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든 미국 와인(일명 메리티지)은 오늘도 북미 대륙을 호령한다. 색깔이 진하고 타닌 함량이 많다. 미숙할 때는 녹색 피망 향기가 나지만 숙성되면 낙엽이 덮인 진흙 향기를 낸다.
♣메를로=매력을 발산하는 마담
언제나 실제 나이보다 더 성숙한 자태를 뽐낸다. 미인 이상의 매력을 지녔다. 성질이 고약한 카베르네 소비뇽의 완벽한 동반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이 품종만의 친화력 때문. 카베르네 소비뇽을 상류사회 반열에 올려놓았으며 자신도 최근 신세계에 매력을 알리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지위가 확고하다. 순하면서 과일향이 풍부하다.
♣피노누아=변덕스러운 여신
프랑스 부르고뉴의 황금 언덕이 아닌 어떤 곳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신세계의 해변에서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까다로운 성격이 녹아내렸다. 너무 섬세해 변덕이 심하지만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우아함은 거부할 수 없다. 미숙할 때는 딸기처럼 작고 붉은 과일향이 나지만 숙성 후에는 야생 고기향을 뿜어낸다.
♣시라=검투사
고대 로마 제국 시절 페르시아에서 포로로 잡혀 골(프랑스) 지방으로 옮겨간 검투사. 론 계곡에 머물면서 이름을 떨쳤다. 진정한 승리는 호주에서 일궈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와인 메이커그룹 론 레인저를 이끌고 아메리카 대륙으로 진출했다. 제비꽃향과 함께 후추향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