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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마르기 전에 샘을 파라 [黃檗 示衆]
    #佛敎 2008. 2. 25. 07:04
    목마르기 전에 샘을 파라 [黃檗 示衆]
    그대들이 만약 미리 칠통(漆桶)*¹을 철저히 깨뜨리지 않으면 섣달 그믐날*²을 당해 정신 차리지 못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남이 참선(參禪)하는 것을 보고 '아직도 저러고 있나?' 하고 비웃는다.
    그러나 내 그런 사람에게 물으리라.
    '문득 죽음이 닥치면 그대는 어떻게 생사를 대적하겠는가?'
    평상시에 힘을 얻어 놓아야 급할 때 다소 힘을 덜 수 있는데, 목마르기를 기다려 샘을 파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 죽음이 박두하면 이미 손발을 쓸 수가 없으니, 앞길이 망망하여 어지러이 갈팡질팡 할 뿐이다.
    평시에 구두선(口頭禪)만 익혀 선(禪)을 말하고, 도(道)를 말하며, 부처를 꾸짖고 조사(祖師)를 욕해 제법 다해 마친 듯하다가. 여기에 이르러서는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평시에 남들은 속여 왔지만 이때를 당해 어찌 자기마저 속일 수 있으랴.
    권하노니, 육신이 건강할 동안에 이 일을 분명히 판단해 두라. 이 일은 풀기가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데, 힘써 정진하려고는 하지 않고 어렵다고만 하니, 진정한 대장부라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화두(話頭)*3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야 한다.
    어떤 스님이 조주(趙州)*4스님에게 묻기를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자 답하기를 '無(없다)' 라고 했다. 어째서 없다고 했는지 없다는 그 뜻을 참구(參究)해야 한다. 밤이나 낮이나 가나 오나 앉으나 서나 생각생각 끊이지 않고 정신을 차려 참구하라.
    날이 가고 해가 지나 정진이 여물어지면 마음 빛이 활짝 열려 불조(佛祖)의 기틀을 깨달아, 문득 천하 노화상(老和尙)의 혀끝에 속지 않고 스스로 큰 소리치게 될 것이다.
    알고 보면 달마(達磨)가 서쪽에서 왔다는 것도 바람이 없는데 파도를 일으킨 것이요, 부처님이 꽃을 들어 보이신 것도 오히려 허물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일천성인도 오히려 열지 못하는데 어찌 염라대왕을 말할 것인가.
    여기에 신기한 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생각하지 말라.
    일이란 마음 있는 사람을 두려워 한다.

    칠통 : 무명(無明) 번뇌.
    그믐날 : 임종할 때.
    *
    3 화두 : 참선할 때의 과제. 스승의 말에서 이루어진 참선자가 참구해 야 할 문제.
                공안(公案)이라고도 함.
    *
    4 조주(趙州) : (778~897) 당나라 때의 선승. 남전 보원(南泉普願)의 법제 자.
                         그의 무자(無子)는 선가(禪家)의 사활(死活)이 달릴 만 큼 널리 알려진 화두다.
                         백 스무 살에 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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