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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병기 가야금 1집
    ♪명상.讚佛歌 2007. 10. 2. 07:15
     

    흐르는 음악은 9번 트랙의 침향무입니다.


    01. 숲 - 녹음
    02. 숲 - 뻐꾸기
    03. 숲 - 비

    04. 숲 - 달빛
    05. 봄
    06. 석류집

    07. 가을
    08. 가라도
    09. 침향무


    황병기 작곡의 [침향무]

    침향(沈香)은 인도의 향기의 이름. 침향무(沈香舞)란 "침향이 서려있는 곳에서 구도(求道)의 자세로 추는 법열(法悅)의 춤"으로 해석됩니다. 세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졌죠. 1악장은 독립된 느낌. 2악장과 3악장은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이 작품의 특징]

    ♤ 조율이 다르다..
    이 작품은 기존의 산조 조율과 다릅니다. 산조 조율의 아래 세음을 계명으로 솔 도 레 또는 레 미 솔로 본다면.. 이 작품의 아래 세음은 미 라 도의 관계입니다.
    이렇게 다른 조율로 작곡한 것은.. 불교의 범패음계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 향토적 정서와 서역적 정서가 만나다.
    지금은 범 아시아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작품이 적지 않습니다만.. 이 작품이 발표될 때만 하더라도 한국(전통)악기로 아시아적 정서를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낯설은 시대였습니다. 작곡가는 이 작품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어법과 가야금의 전통적인 연주기교와 함께.. (주로 1악장에 많이 나타납니다)

    ♤ 외래적인 음악어법과... 다른 지역의 현악기(하프계통의 악기)의 수법을 적당히 응용해서 새로운 가야금의 연주기교를 만들어내 갑니다. (주로 2악장에 많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마치 정반합의 논리처럼... 3악장에서는 가야금의 전통적인 연주기교 (휘모리에서의 연튕김과 함께) 그리고 서역적인(외래적인) 연주기교를 함쳐 놓으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 1악장
    중모리(4분의 12박 형태)로 시작을 해서.. 4분의 15박형태를 집어 넣어서.. 전체적인 중모리의 흐름을 조금 변형시키다가.. 엇중모리(4분이 6박자)를 통해서.. 보다 더 많은 긴장감을 유발시키다가.. 어느새... 중중모리(8분의 12박 형태)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가야금의 연주기교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추성(推聲)입니다. 추성이란... 미는 소리... 눌러내는 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의 음보다 낮은 줄에서 왼손으로 줄을 눌러서 내는 소리를 말합니다. 이렇게 연주하게 되면.. 아무래도 줄이 더 긴장하게 되니까.. 팽팽한 느낌이 강하게 나나타겠지요. 예를 들자면 '라'라는 음을 내기 위해서.. 그 아래 음인 '솔'줄을 눌러서 '라'음을 내는 것인데.. 이렇게 소리가 올라가는 느낌이 이 1악장에서는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연주기교가 가야금의 매력이겠죠.
    (물론 이런 기교는 기타와 같은 다른 발현악기에서도 쓰이고 있습니다.)

    1악장은 이렇게 전통적인 산조의 장단질서를 따르고 있지만. 가야금 연주기교 가운데서.. 추성적인 효과를 잘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전통적인 가야금에서는 추성도 물론 '우조'에서 많이 등장을 하지만... 계면조에서는 오히려 퇴성(꺽는 음)적 효과가 많습니다. )

    ♤ 2악장
    서역적인 분위기가 특징적인데.. 먼저 제일 낮은음 (1현)과 제일 높은음 (11현과 12현)을 대비시킵니다. 1악장이 선율의 도약, 비약이 심하지 않고.. 거의 한국적인 음계의 순차진행이었다면.. 2악장은 이 엄청난 도약이 분위기를 일신시켜주죠.

    그리고 2악장의 특징은 알페지오(분산화음)에 있습니다. 만약 이런 주법들만 있다면.. 그건 하프, 피아노에서도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청자의 귀를 끌 순 없을 겁니다. 2악장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막는 음(스타카토)가 많다는 것입니다. 제1현을 주로 막으면서 반복을 하는데.. 이것이 듣는 이들에게 긴장감 또는 기대감을 준다는 것이죠.

    처음에 이런 긴장감이 하나둘셋, 둘둘셋. 이렇게 셋을 한 단위로 반복되다가.. 여기에 다른 음 또는 한박자가 더 들어갑니다. 그러다가.. 아래의 세줄이 마치 반주가 된 듯 같은 음을 반복하고.. (오른손으로 연주) 왼손으로는 높은 음역에서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은 이런 연주법이 익숙하지만.. 침향무가 처음 나왔을 때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였습니다. 2악장의 설명은 이렇게 약하기로 하구요..


    ♤ 3악장에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휘모리 장단을 기본으로 해서.. 급박하고 신비로운... 작품의 제목과 내용과 연관지어 본다면. 구도를 통해서 큰 기쁨을 얻어낸 것을 춤으로 표현하는 대목이죠.

    따다다 - 따다다 - 따다다 - 따다다 이런 기본적인 리듬인데... 가야금으로 이런 것을 "연튕김"이라고 하죠. 이런 연주기교가 가야금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왼손으로는 아래줄을 아래로 훑터 내리게 되죠.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선율을 상진하다가 높은 음에 머물고.. (높은 음역의 '라') 또 이제 선율을 하행하다가 아래소리에 머뭅니다. (중간음역의 '미') 이것을 두번 반복하고 나서.. 다시 미보다 더 낮은음으로 내려가면서.. 전체적인 곡의 음색을 조금은 어둡게 하죠. 그러다가 조금은 거친듯.. 아래 세음을 ... 연튕김의 주법으로 연주하게 됩니다. (과거에는 한줄에서 사용되었던 주법을 세 줄을 모두 건들면서 연주하는 것이죠)

    이런 아래소리들은 마치 '삼연음'(연튕김)을 '사연음'으로 이어가고.. 그리고 왼손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4박자에서 3박자 2박자로 줄어들면서.. 더욱더 긴장시키고 신비롭게 해줍니다. 다시 작품 제목과 연관시키면.. 이 부분이 바로 법열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 되겠죠. 이런 부분이 계속 진행되구요..

    ♤ 이제 이 작품의 끝부분을 좀 말씀드릴께요...
    가야금을 선으로 뜯거나 튕기는 것이 아니라.. 손톱을 통해서 아래줄부터 점차 올라가면서..문지르게 되는데.. 이런 소리가 상당히 색다르게 들리죠... 어떤 이는 이 소리가 바람소리 같다고도 합니다. 이런 조금은 거칠고 음산한 소리는... 이후에 이어지는 가야금의 아름다운 알페지오(분산화음)과 대비됩니다. 가야금의 줄을 그대로 손으로 훌텨 내리거나 올리는 소리는.. 가야금 음색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듣는 이에게 다시한번 각인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 저는 이 곡에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그 마지막 소리인데요... '라'음을 스타카토로 막으면서 끝납니다. (이어서 장구는 '쿵타'하면서 맺게 되구요...) 이 소리는 마치 '화룡점정'과 같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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