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불면증이 있는지라
밤잠을 잘 못자고 자더라도 도중에 너댓번은 깨거든요.
그날도 이리저리 잠을청하다가 겨우잠이 들었는데
방 창문가에서 인기척이 나는거에요.
(저희집은 반지하에 아주 후미진 곳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물며 때는 새벽3시...)
가끔 지나가는 고양이겠거니 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서 슬그머니 창문을
아주 소리안나게 슬쩍 조금만 열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시꺼먼것이 흔들흔들거리면서
끙끙 앓는 소리가 나지뭡니까!
순간 더럭 겁도 나고 도둑놈 아닐까하는 생각에
옷을 대충 걸쳐입고
젠장..
몽둥이도 없어서 테니스 라켓을 하나 들구선
살금살금 현관문을 열고 용기를 내어서
제 방 창문쪽을 슬쩍 돌아서니
아니 왠 여자가 쪼그려 앉아선 끙끙거리고 있네요.
첨엔 너무 놀라서
꽥 소리가 나올 정도였는데 (귀신인줄알고-_-)
자세히보니 사람..ㅡㅡ
나 : "저..저기요~ 뭐하십니까?"
그여자 깜짝 놀라 날 쳐다보더니만 갑자기 냅다 일어서더니
그 좁은 길에서 저를 그냥 밀쳐버리고
후다닥 날라버리는거 였습니다.
뭐.. 뭐지... 울고있었나? 괜히 말걸었나??-_-;;
근데 그녀.. 가방을 놓고갔더군여
가서 가방을 집어들고 찾아주려 했는데
이미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왠지모를... 야시꾸리한 구린냄새가..
저의 후각을 파고들더군여
그여자 있던곳으로 가보니......
내 방 창문 앞에 황금빛 걸죽한 물체가..ㅡㅡ;;
그렇습니다
그녀는 하도 급한 나머지
제방 창문 앞구석에서 실례를 하셧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제가 출현을 하니
뒤도 안닦고 꽁지 빠지도록 날라버렸던것이고...
한편으로는 왜하필 내방창문이야..라는생각도 하고
한편으로는 얼마나 급했으면... 이렇게 생각도 들고...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난게 아니고
제 방으로 들어와서 가방을 뒤져보니
핸드폰과 엠피쓰리...
결정적인건 그 여자 월급날이었나봅니다.
100만원상당의 수표와 현금..-_-;;
그러나 지갑은 없더군요, 신분증도.....
이걸어찌해야하나... 하고 난감해했죠.
혹시 몰라서 일단
그녀의 핸드폰을 충전시켜 두었죠.
이틀이 지나서 그 핸드폰으로 전화가 오더군요.
"저...가방 주인인데요.
(....조용....)
가방좀.. 찾을수 있을까해서요."
"아예.. 제가 보관하고 있는데 찾아가세요."
(속으로는 괘씸한 생각에
'아~ 저번에 제 방 앞에서 응아하시고 총알같이
날라버리신분?'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순없고 급해서 그랬거니 넘어갔습니다.)
다음날 오후5시 50분경 .... 띠리리리~~
"여보세요~?
아예~ XX역 앞에 베스킨라빈스 아세요?
그 앞에서 보도록해요"
"네에..감사합니다"
6시30분... 베스킨 라빈스앞....
초조하게 그 여자의 가방을 들고 기다렸습니다.
키 한165정도의 긴생머리 눈은 좀 큼직하고
피부는 뽀얀 그여자가 쭈뼛쭈뼛 다가오더니...
" 저..가방주인인데요~"
"아 예~ 여기있어요. 뭐 없어진거 있으신지 찾아보세요~"
(이래뵈도 저 양심적인 인간입니다)
"아~ 다있어요. 정말감사합니다.
고마워서 그러는데.. 여기 이거라도..."
히면서 대뜸 10만원자리 수표를 건네는게 아닙니까?
속으론 이게 왠 떡이냐 꿀꺽~했지만
예의상..그놈의 예의상이라는게 뭔지...ㅠㅠ 괜찮다면서
극구 사양을 하면서
겉치례상 나중에 밥이나 한끼 사달라했죠.
그 여자, 그 날의 창피때문에 제가 주웠다고 했으면
얼른 휙 갈줄 알았는데
제 얼굴을 기억 못하는지 이렇게 묻더군여...
" 아 그럼... 저녁 같이 하실래요?
속으로 의아해 하면서
뭐 저도 저녁식사도 안했으니 그렇게하자 했지만..
그 날 상황을 생각하니 입맛이 낼롬 사라져버리는...-_-;;
암튼 대충 근처 커피숍 같은 곳에 가서
둘다 오므라이스 하나씩 시키고 대충 먹었습니다.
다먹고 맥주도 한병씩하구 말이죠..
근데 이 여자,
진짜 그때 그 테니스라켓 들고있던...
자기가 큰 것을 보다가 놀래서 밀쳐버렷던 남자가
저라는걸 몰랏나봅니다...-_-;;
(뭐 그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얼굴도 안보고
날라벼렸을 수도 있죠 암~~ 이해합니다)
걍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웃고 있엇는데
순간 물어보더군여....
"아 가방 진짜 고맙네요. 근데 가방 어디서 찾으신거에요???"
" (저도 모르게 그만...-_-) 하하하 아예~
새벽에 제 방 창문 앞에서 걍 두고 가셧잖아요."
(아차.!!. ㅇ_ㅇ;)
"....................................!!!!!!"
몇 초간의 정적
그 여자,
얼굴 시뻘개지고 계산서를 낼롬 집어들더니
"저 다른 약속때문에 먼저..... 가방 감사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여자, 제 말을 듣고 나서는
상황을 짐작한거엿죠.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_-
하지만 상황은 거기서 끝난게 아니라는거...
이 여자 얼마나 창피하고 급했으면 계산대로가는 도중에
마지막 쇼를 보여주더군요.
옆 테이블 의자에 걸려 앞으로 大자로 철푸덕...
안스럽더군요..
거기서 또 제가 괜찮냐고 일으켜 주기라도 하면..
더 무안해 할꺼 같아서 걍 꿋꿋히 못본 척하고
그녀가 나가길 기다렸습니다. ㅠㅠ
그 여자 아무래도 같은 동네사람 같은데...
지나가다 마주치질 않길 기도드립니다.
정말 마주치지 맙시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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