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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철 원기 회복에 그만 ‘가자미 식혜’
    ♨wellbeing,건강 2008. 1. 22. 07:38
    겨울철 원기 회복에 그만 ‘가자미 식혜’

    식해와 식혜는 발음이 비슷해서 같은 음식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전혀 다른 음식이다. 식혜는 엿기름을 발효시켜 만드는 음료인 반면 식해는 생선과 곡류로 만드는 일종의 젓갈이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둘 다 겨울철에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또 원재료를 삭혀서 만드는 발효식품이라는 것이다.
    원래 식해는 태국, 라오스 음식인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 사람들도 좋아한다. 특히 중국에는 식해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전해온다. 1079년 북송 때의 시인인 소동파가 필화를 입고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을 때 그를 구해준 음식이 바로 식해였다. 소동파는 아들과 약속하기를,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면 그 신호로 밥 대신 식해를 감옥으로 들여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아들이 먼 길을 떠나면서 친척에게 옥바라지를 부탁했는데 이 친척이 그런 사정을 모르고 식해를 소동파에게 보낸 것이다. 이에 낙심한 동파가 마지막으로 진심을 다해 신종(神宗)에게 시를 지어 바친다. 한데 시를 읽은 신종이 깊이 감동하여 그를 사면해주었다고 한다. 잘못 보낸 식해가 시인의 목숨을 살린 셈이다.
    식해가 우리나라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초다. 찹쌀이나 좁쌀과 엿기름, 소금, 생선이 주재료고 여기에 무와 생강, 파, 마늘, 고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들기 때문에 주재료인 생선의 종류에 따라 지방마다 즐기 는 식해도 달라진다. 경상도에선

    마른고기 식해, 강원도에선 북어 식해, 황해도에선 연안 식해, 함경도에선 가자미 식해와 도루묵 식해가 별미다. 그중에도 대표적인 식해는 역시 가자미 식해가 아닐까 싶다.
    가자미를 뼈째 삭힌 다음 조밥과 무를 넣어 만드는 함경도식 가자미 식해는 일명 이북식 홍어회로도 불린다. 가자미가 많이 잡히는 함경남도 신포, 홍원, 단천, 김책 등에서 많이 담그는데 북한에서는 고급 음식으로 분류돼 웬만한 사람들은 먹기 힘들 만큼 귀하다고 한다.
    새콤매콤하면서 쫀득쫀득 씹히는 맛이 일품인 가자미 식해는 영양가 또한 으뜸이다. 우선, 가자미는 성질이 평안하면서 맛이 달고 독이 없어 허약한 것을 보강하고 기력을 북돋워준다. '동의보감'에서는 가자미를 많이 먹으면 양기를 움직이게 한다며 그 효능을 강조하고 있다. 더욱이 식해는 발효음식인 까닭에 소화가 잘 되어 환자나 노약자, 어린이들의 영양식으로 아주 좋다. 또 가자미식해에는 엿기름 대신 메조가 쓰이는데, 메조는 열을 다스리고 대장을 이롭게 하며 조혈작용을 촉진시키며 당뇨와 빈혈을 다스리는 데 효과적이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조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온 식품으로 겨울철 몸이 냉해지기 쉬운 계절에 알맞다. 또한 식해에는 마늘이나 고춧가루 등 김치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김치에서 얻을 수 있는 항암, 항산화 등 건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열 많은 분은 백김치 드세요
    김장철이다. 아파트 입구에 수북히 쌓인 배추를 보니, 옛날 김장 담그시던 어머니 곁에 쪼그리고 앉아 샛노란 배추 속대에 생굴도 싱싱한 김치속을 듬뿍 얹어 돌돌 싸먹던 입맛이 되살아난다. 그 풍성했던 추억도 요즘은 옛말이 되어가는 듯하다. 최근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대도시 주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부 10명 중 4명이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사시사철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김치, 언제든 맛있게 익은 김치를 제공하는 김치냉장고 탓이 크다.
    하지만 배추나 무가 사철 난다고 해서 모두 같은 맛과 영양분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생물(生物)이란 계절의 기운을 먹고 자라는 법이라 김장철에 쓰이는 채소들은 여느 계절과 달리 수렴하고 응축하는 기운이 아주 강하다. 그만큼 맛도 뛰어나고 영양가도 풍부할 수밖에 없다. 특히 김장김치는 각종 해산물과 채소가 골고루 들어가 비타민, 식이섬유, 무기질, 유산균 등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종합영양제라 해도 손색이 없다. 우리 선조들이 채소가 없는 겨울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다.
    한의학적으로 보았을 때도 김치는 음양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건강식품이다. 우선 김치의 주재료가 되는 배추는 일명 백채(白菜)라고 하는데 성질은 차면서 맛이 달다. 배추는 위로 치솟는 기를 아래로 내려주며 갈증을 풀어주고 주독과 식독을 없앤다. [향약구급방]에 따르면 채소가 아니라 약초였다.
    무는 맛이 달고 매우면서 성질은 배추와 마찬가지로 차다. 예부터 소화를 촉진하고 기침을 그치게 하며 설사를 다스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가운 성질 때문에 해열진정 작용이 있어 관절염으로 고생할 때 무즙에 적신 습포를 이용하기도 한다.
    주재료인 배추와 무가 찬 성질인 반면에 양념으로 들어가는 고추와 마늘, 생강, 파, 갓 등은 전부 따뜻한 성질을 띤다. 그야말로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셈이다. 체지방을 연소하는 캡사이신 성분이 많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꼽히는 고추는 사과의 25배에 달하는 비타민C가 들어 있다. 일본에서는 캡사이신이 머리를 맑게 하고 정력 증진과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보고가 나온 바 있다. 마늘은 뛰어난 해독작용을 자랑하며 파는 기운을 통하게 해주는 성질이 강하고 생강은 식욕증진과 혈액순환에 좋은 효능을 보인다.
    이 기본 성질을 체질별로 잘 활용하면 건강에 한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와 입이 크면서 윗눈두덩이 두툼한 사람, 입술이 크면서 힘이 없는 사람, 피부색이 노란 사람은 비위 기능이 쉽게 약해져 소화불량이나 속이 더부룩할 때가 많으니 김치에 무를 많이 넣는다. 눈이 안쪽으로 쑥 들어간 사람이나 피부색이 흰 사람은 몸이 냉하니 김치속을 버무릴 때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등을 듬뿍 넣고 생김치보다는 익은 김치를 먹는 것이 좋다. 반대로 체질상 열이 많은 사람들은 양념을 적게 넣은 백김치나 동치미 등이 알맞다. 턱이 뾰족하게 생긴 사람이나 눈꼬리가 위로 올라간 사람은 신경이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체질이니 머리에 쌓인 열을 풀어 머릿속을 맑게 하는 파(특히 흰부분)를 좀더 넣어 김치를 만들어보자.
     
     
    담배 독소 해독의 '대표 선수' 파래

    며칠 전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담뱃값 인상을 반대하며 글 쓰는 작가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금연운동을 빌미로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재정을 확충하려는 의도를 보고 참을 수가 없어 나서게 되었다고 한다. 그 명분이야 어떻든 담배에서 도저히 손을 떼지 못하는 애연가들의 고충이 느껴진다. '담배 한 개비에 글 한 줄'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도 떠오른다. 그만큼 창작의 스트레스가 크다는 얘기일 것이다.
    밥값을 줄이면 줄였지 3,000원을 주고라도 담배는 사서 피울 거라는 애연가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흡연을 하면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 성분이 체내에 들어가 입맛을 잃게 하고 혈액순환을 방해하여 동맥경화를 촉진하고 혈압을 높일 수 있다. 또 각종 폐질환과 함께 불면증, 만성피로감,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기 쉽다.
    이런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말할 것 없이 금연이지만, 도저히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흡연량을 줄이면서 담배의 독소를 중화시켜야 한다. 담배의 독소를 중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 바로 파래다.
    파래는 10월에서 12월 사이, 즉 요즘 채취되는 것이 맛도 좋고 영양가도 풍부하다. 파래에는 비타민A가 김의 3배 이상 들어 있는데 담배에 의해 손상된 폐점막을 재생하고 보호하여 폐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따라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나 간접 흡연에 노출되는 사람들에게는 보약 이상이라고 하겠다.
    또 인체에 해로운 각종 산(酸)을 없애주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피로하지 않게 도와준다. 식물성 섬유질도 풍부해서 대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키므로 배변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철분 함유량도 많아서 빈혈이 걱정되는 경우나 성장기 어린이에게 더할 나위없이 좋은 식품이다. 파래 10~20g이면 하루 철분 요구량(10~12㎎)을 충족시킬 정도라고 한다.
    파래는 살짝 굽거나 날것 그대로 먹는 것이 좋다. 강한 불에 익히거나 태우면 우리 몸에 유익한 파래 특유의 색소가 쉬 손상되기 때문이다. 대개 파래는 상큼한 향과 독특한 맛을 살리기 위해 무나 양파를 넣어 생채로 먹지만 아이들이 즐기기엔 맛이 다소 강하다. 이럴 때에는 햇파래 말린 것으로 파래주먹밥을 만들어 주자. 말린 파래를 잘게 뜯어 식용유를 두르고 약한 불에 바삭하게 볶는다. 적당량의 밥에 파래 볶은 것, 다진 오이, 통깨, 설탕, 소금을 넣고 버무려 한 입 크기로 뭉치면 고소하면서도 상큼하고 향긋한 맛이 일품인 파래주먹밥이 된다.
     
     
    흡연 후엔 무를 드세요

    언제 가을이었냐 싶게 차가운 겨울 바람이 성급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진 공기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된다. 공연히 마음도 부산해지고 몸도 자꾸 움츠러드는 느낌이다.
    한의학에서는 요즘처럼 천기(天氣)가 쌀쌀해지고 지기(地氣)가 깨끗해지는 시기를 폐왕간쇠(肺旺肝衰), 즉 폐는 왕성해지고 간은 약해지는 계절로 본다. 일교차가 심하고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므로 폐기능이 왕성해야 이에 적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고 건조한 공기를 이겨내려면 폐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지칠 수밖에 없다. 특히 선천적으로 폐가 약한 사람이나, 과로 혹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기침, 천식, 가래 등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수가 많다.
    이런 계절병을 이기려면 계절의 기운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제철 식품을 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호흡기 점막의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C의 섭취가 중요한데, 서리 내린 후에 캐내는 겨울 무가 바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무는 사시사철 수확이 가능한 채소지만 서리 맞은 뒤의 무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일뿐 아니라 수렴하고 응축하는 기운이 아주 강해서 건강식품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명나라 때 의사인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 따르면, 무 생즙은 소화를 촉진하고 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며 오장을 이롭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해준다고 했다. 또 담을 제거하며 기침을 그치게 해주고 설사를 다스린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초기 의학서인

    [향약집성방]에서는 수제비를 만들 때 무를 갈아서 함께 반죽하면 배부르게 먹어도 체하지 않는다 하여 무의 탁월한 소화 효능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무에 함유된 디아스타제 같은 전분소화효소의 작용인데, 우리가 메밀국수를 먹을 때 양념장에 무를 갈아 넣거나 냉면에 무채를 꼭 집어넣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라면 무생채나 무국, 무밥, 무김치 등 무로 만든 요리를 자주 식탁에 올리는 것이 좋다. 니코틴을 중화하는 해독작용뿐만 아니라 이뇨작용을 통해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또 같은 양의 사과와 비교했을 때 비타민 C가 10배나 많은데, 특히 껍질 부분에 많으므로 무를 먹을 때는 되도록 껍질을 깎아내지 말아야 한다.
    관절염으로 고생할 때도 무를 이용하면 진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무즙을 내 거즈에 묻혀 아프고 쓰라린 부위에 발라주면 한결 시원해진다. 오골계의 내장을 제거하고 그 속에 '나복자'라 불리는 무씨를 넣고 푹 고아서 국물과 고기를 먹어도 관절염에 효과적이다.
    무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어혈을 풀어주고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지만, 동시에 기를 아래쪽으로 내리는 작용이 있어서 오후만 되면 온몸이 나른해지고 눈에 띄게 기운이 떨어지는 사람은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먹더라도 적은 양을 수시로 먹는 것이 좋다.
     
     
    여성 활력 충전에 '으뜸' 홍합
    오늘 아침식탁에는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맛이 일품인 홍합탕이 푸짐하게 올랐다. 볼그스름한 빛깔에 쫄깃쫄깃 씹히는 속살은 아이들 몫이고 나는 실파 송송 띄운 국물을 숟가락 가득 담아 입에 넣기 바쁘다. 껍껍하고 불편했던 속이 한방에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저녁에는 홍합을 넣어 섭죽을 끓여달라고 주문해야 할 것 같다.
    섭죽은 강원도 북부 지역 사람들이 즐겨 먹는 토속음식인데 홍합과 고추장, 감자가 어우러져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더할 수 없는 별미다. 만드는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쌀을 씻어 불린 다음 생홍합과 감자를 넣고 고추장을 넉넉히 푼다. 물론 죽을 끓이는 것이므로 물은 넉넉히 부어야 한다. 준비가 되었으면 불 위에 얹어 천천히 저어가며 1시간 정도 끓인다. 쌀알과 감자가 푹 익었다 싶을 때쯤 양파와 풋고추를 넣고 다시 한번 보글보글 끓여 먹으면 된다.
    홍합 하면 술안주나 속풀이 술국의 대표주자라는 생각 때문인지 남성들에게 좋은 식품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사실은 여성들에게 더 추천할 만하다. 고종 22년(1885년) 황필수가 편찬한 의서 [방약합편]을 보면 홍합은 "오래된 이질을 다스리고 허한 것을 보하며 음식을 소화시켜 부인들에게 아주 유익하다"고 했다. 또 [동의보감]에도 "오장의 기운을 보하고 허리와 다리를 튼튼히 하며 성기능장애를 치료한다. 몸이 허해서 자꾸 마르거나 아기를 낳은 후에 어혈이 생겨(피가 뭉쳐) 배가 아플 때 이용하면 좋다"고 했다.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는 "음부에 상처가 났을 경우 홍합 수염을 불로 따뜻하게 해서 바르면 효험이 있다"고 했다. 중국사람들은 홍합을 '동해부인(東海夫人)'이라 부르면서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진다고 믿어왔다.
    영양학적 가치를 따져보면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각종 비타민(B12, B2, C, E, 엽산)과 미네랄(철, 요오드 셀레늄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빈혈 예방과 노화 방지, 피부미용에 매우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기능을 북돋워주는 타우린도 상당량 들어 있는데, 이는 홍합이 술안주나 속풀이 해장국으로 좋은 이유가 된다. 더욱이 식물에는 없는 프로비타민D의 함량도 높다. 프로비타민D는 칼슘과 인의 체내 흡수율을 높여주므로 갱년기 여성들에게 많은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해준다. 평소 식은땀을 많이 흘리거나 자주 어지럽고 체력이 허약한 사람들에게도 홍합을 권한다. 조혈작용이 있어서 체력 보강과 원기 회복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홍합은 강력접착제나 인공피부 재료로도 이용된다고 한다. 홍합은 물 속에서도 접착성이 강한 단백질을 분비해 자기 몸을 바위에 단단히 고정시키는데 이런 성분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바다 환경이 오염되면서 홍합에서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음 안정시키는 불로 보약재 '대추'
    "보은 처녀 시집가면 대추 흉년"이라는 옛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추 생산지인 충북 보은에서 전해내려오는 말이다. 대추 팔아 번 돈으로 딸 시집 밑천을 삼아야 했으니 흉년이 든 해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풍년이 들더라도 대추가 임산부나 남편의 원기 보충에 좋다는 말을 듣고 자란 터라 남아 있는 대추를 닥닥 긁어가버리기 때문이다. 딸 키우는 보은 부모들은 이래저래 해마다 흉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양반 대추 한 개가 하루 아침 해장"이라는 속담도 대추가 우리 몸에 얼마나 좋은지 말해준다. 옛날부터 대추는 복숭아, 자두, 살구, 밤과 함께 오과(五果)라 해서 귀하게 대접받았고 한약을 달일 때나 삼계탕 등 보신음식을 만들 때에도 으레 대추가 빠지지 않는다. 모든 약과 잘 어울리기 때문인데, 특히 약의 부작용을 막아주고 위장이 상하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약물학 서적인 [신농본초경]에 따르면 "대추는 속을 편하게 하고 비장의 기운을 길러주며 위장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했고, [동의보감]에는 "대추는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속을 편안하게 하고 오장을 보호한다. 오래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고 몸이 가벼워지면서 늙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대추는 불로과(不老果)요 보약재인 셈이다.
    특별히 병을 앓는 것도 아니면서 늘 기운이 없고 어지럽고 푸석푸석 혈색이 나쁜 사람들은 대추에 인삼을 넣고 푹 달여 마시면 아주 좋다. 이 대추인삼탕은 평소 위장이 약해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효과적이다.
    쌀쌀한 날씨와 함께 단골손님처럼 찾아오는 몸살감기에도 대추를 이용해보자. 이때는 대파의 흰 밑동을 같이 넣고 달이는데, 대추 10개에 대파 밑동을 넣고 달인 다음 잠자리에 들기 2시간 전에 마시면 몸살 기운도 한결 덜하고 숙면도 취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나친 스트레스로 온몸이 뻐근하고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대추와 파를 달여 마시면 좋다.
    또 대추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다. 특히 여성들의 히스테리 증세를 다스리는 데 탁월하다. 갱년기가 되면 감정 기복이 심해져 기분이 아주 좋다가도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면서 신경이 날카롭게 변한다. 한방에서는 이런 증상을 장조증이라고 하는데, 장조증을 가라앉힐 때 대추를 즐겨 쓴다. 대추 네 알에 감초 3g, 통밀 13g 정도를 같이 넣고 물에 달인 감맥대조탕을 복용하면 히스테리 증상이 사라지고 마음도 한결 느긋해진다. 감맥대조탕은 밤중에 이유없이 자주 깨거나 나쁜 꿈을 꾼 것처럼 깜짝 놀라 우는 어린아이들에게 약으로 쓰기도 한다.
    대추는 원래 독성이 없으므로 오랫동안 장복해도 부작용이 없지만, 속이 더부룩 갑갑하고 구토를 하거나 열이 많으면서 가래가 있는 사람은 삼가도록 한다.
     
     
    떫은 맛이 고혈압 예방
    지금은 아파트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만약 마당 넓은 집에서 살게 된다면 꼭 심고 싶은 나무가 있다.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황금빛 열매들을 탐스럽게 매달고 있는 감나무다. 옛날부터 감나무는 사과나 배 등 다른 유실수와 달리 과수원에서 따로 재배하지 않고 우리가 사는 집 뜰에 심었던 정원 과수이다.
    옛사람들은 감나무의 좋은 점으로 일곱 가지를 꼽는다. 우선 감나무에는 새가 집을 짓지 아니하고,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감나무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또 명이 오래 가고, 그것의 단풍이 아름답고, 낙엽은 좋은 거름이 되며, 열매는 맛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특히 감은 그 모양과 맛도 좋지만, 황금빛 옷 속에 신선이 마시는 단물이 들어 있다고 해서 '금의옥액(金衣玉液)'이라 불릴 만큼 영양가가 풍부하다. 당근이나 늙은 호박처럼 예쁜 노란색이나 주황색을 띠는 식품들은 베타카로틴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데, 감이 과일 중에서 베타카로틴 함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베타카로틴은 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는 항산화물질로, 보통 암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활성산소를 예방해준다.
    감을 먹을 때 떫은맛이 나는 것은 탄닌 성분 때문인데, 탄닌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에 좋다. 또 수렴작용을 하므로 장의 점막을 수축시켜 설사를 멎게 한다. 아이들이 설사를 할 때 곶감이나 연시를 먹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단감이나 홍시는 제철이 지나고 나면 쉽게 맛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래 두고 먹으려면 햇볕에 말려 곶감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렇게 곶감으로 만들어놓으면 간식용 군입거리만이 아니라 건강을 지켜주는 약재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곶감 표면에 생기는 하얀 가루를 밀가루나 흰 곰팡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감서리' 혹은 '시상'이라고 부르는 이 흰 가루는 한방에선 담으로 고생하거나 기침을 많이 할 때, 폐에 열이 있거나 만성기관지염을 다스릴 때 이용한다.
    그밖에 각혈이나 하혈, 딸꾹질, 숙취, 백일해 등에도 효과적이라 오래 전부터 민간에서 즐겨 이용해왔다. 딸꾹질이 계속 멈추지 않으면 곶감 4개 정도를 삶아서 그 물을 마시면 씻은 듯이 사라진다고 한다.
    감꼭지나 감잎도 잘만 이용하면 가정상비약으로 훌륭하다. 초여름 어린 감잎을 따서 말렸다가 끓는 물에 우려 차로 마시면 피부를 깨끗하게 해주고 간기능을 돋워주는 데 그만이다.
     
     
    간을 맑게 신장을 깨끗하게
    입안에서 살캉살캉 씹히는 맛이 별미인 우엉. 품종 개량으로 겨울만 빼고는 모두 수확되지만 봄에 파종하여 가을에서 겨울에 걸쳐 수확하는 것이 기본이다. 계절의 기운이 달라서 그럴까, 같은 우엉이라도 늦가을부터 초겨울 무렵이 가장 맛이 좋다.
    대개 우엉은 짭짤하게 조림을 하거나 장아찌를 만들어 먹지만 경상도 지방에서는 김치 같은 반찬으로도 즐긴다. 산사의 스님들은 우엉찹쌀전병이라 해서 우엉가루와 찹쌀가루를 잘 반죽해서 철판에 노릇하게 지진 후 꿀이나 조청을 곁들여 먹는다.
    그런데 우엉을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특히 일본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우엉을 많이 먹으면 늙지 않는다'며 좋아한다.
    중국의 의학서인 [본초비요(本草秘要)]에는 우엉은 피를 맑게 해주고 열을 내리는 작용이 있다고 전한다. 그리고 가래와 기침, 인후병을 다스리고 모든 종기와 독을 제거한다. 뿐만 아니라 뿌리를 짓찧어 즙을 낸 후 꿀에 타서 마시면 중풍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고 뿌리를 짓이겨 돼지기름에 개어 종기에 붙이면 낫는다고 한다. 민간요법 중에 우엉가루를 쌀가루와 섞어 완자를 빚은 다음 된장국에 넣고 끓여 먹으면 중풍이 낫는다는 것도 여기서 나온 얘기일 것이다.
    우엉은 당뇨병과 신장병으로 고생하는 경우에도 아주 유용한 식품이다. 우엉 속의 당질은 녹말이 적은 대신 이눌린이라는 다당분이 절반 가까이 된다. 바로 이 이눌린이 우엉 특유의 씹는 맛을 내주는데, 간의 독소를 제거하여 피를 맑게 해주고 신장기능을 도와 준다.
    이렇게 약효 성분은 뛰어나지만 영양분을 따져보면 그다지 풍부한 편은 아니다. 따라서 표고버섯이나 깨처럼 영양가가 듬뿍 들어 있는 식품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우엉은 무엇보다 껍질 쪽에 풍미가 있으므로 껍질을 완전히 벗겨내지 말고 칼등으로 훑어내거나 수세미로 문질러 손질한다. 떫은맛이 강한 햇우엉은 식초 탄 물에 담가두면 떫은맛도 없어지고 색깔도 변하지 않는다.
     
     
    쫄깃쫄깃 알큰한 '힘의 원천'
    전라도에서 흔히 하는 말에 "고흥 사람 앞에서는 힘자랑 하지 말라"는 것이 있다. 이 지방 사람들이 유난히 골격도 크고 튼튼하며 힘이 장사라는 점을 두고 전해오는 이야기다. 과연 그 힘의 비밀은 무엇일까? 바로 고흥 앞바다에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무진장으로 잡히는 꼬막이다. 예부터 고흥 주민들은 꼬막을 거의 매일 양식처럼 먹어왔다. 6-25전쟁 후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 이곳 아이들은 늘 꼬막을 들고 다니며 배를 채웠고, 그 덕인지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랐다는 것이다.
    고단백 저지방의 알칼리 식품인 꼬막은 영양도 뛰어날 뿐 아니라 소화흡수가 잘 되어 병후 회복식이나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에 아주 좋다. 노란 빛깔을 띠면서 단맛이 나는 조갯살은 양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함유되어 있고 철분과 각종 무기질이 많아서 조혈강장제 구실을 톡톡히 해 출산과 생리 등으로 빈혈 증상이 나타나기 쉬운 여성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한의학적으로 보면 꼬막 같은 조개들은 그 성질이 차면서 맛은 달고 짠맛이 나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음기(陰氣)를 자양하고 열을 내려주며 해독하고 혈액을 보충해주므로 당뇨나 대하증에 좋으며 숙취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 저혈압을 개선하는 작용이 뛰어나서 평소 자주 먹으면 혈색이 좋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가장 맛있는 꼬막을 즐길 수 있는 시기는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 무렵이다. 이때부터 맛이 들어서 봄철 알을 품기 전까지가 제일 맛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보름 무렵에 잡은 것보다 그믐께 캔 것이 살이 알차다고 알려져 있다. 지역적으로는 전남 장흥, 해남, 보성 등 꼬막이 많이 나는 지역 가운데서도 벌교 꼬막을 최고로 친다. 소설가 조정래씨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벌교 꼬막의 맛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간간하면서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기도 한 벌교 꼬막을 한 접시 소복하게 밥상에 올려놓고 싶다." 달착지근하면서 입안에 맴도는 감칠맛 덕분에 꼬막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르는 8진미(珍味)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혔으며 제사상에도 빠지지 않는 영예를 누렸다.
    꼬막의 제맛을 즐기려면 무엇보다 살이 질겨지지 않도록 알맞게 삶아내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우선 물을 팔팔 끓이다가 찬물을 한 바가지 부어 약간 식힌다. 그런 다음 꼬막을 넣고 다시 끓어오를 무렵에 건져내면 간기는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몸체가 말랑말랑 부드럽고 윤기가 흐른다. 꼬막은 주루룩 흐르는 국물까지 홀짝 들이마시면서 말끔하게 먹어치워야 제대로 먹는 것이다.
     
     
    껍질로 문지르면 땀띠 가라앉아
    올여름은 10년 만에 찾아오는 혹서로 꽤나 고생할 것 같다던 기상청의 예보대로 푹푹 찌는 땡볕 무더위에 숨쉬기도 힘들다. 우리보다 조금 일찍 무더위가 시작된 일본에서는 더위 먹은 사람 수백 명이 병원으로 실려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아무래도 각별한 건강관리 없이는 제대로 버티기 힘든 계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여름철은 사계절 중에서 건강관리가 제일 어려운 때다. [위생가(衛生歌)]에서도 여름철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계절 중에 여름이 가장 조섭하기 어려우니, 복음(伏陰)이 잠재하여 위장이 냉하므로 신(腎)을 보하는 약과 음식을 항상 먹어야 한다. 음식물이 조금만 냉하여도 절대로 먹지 말 것이며, 심(心)이 왕성하고 신(腎)이 쇠하여 정기를 잃기 쉬우니 잠자리를 청결하게 하고 조용히 하여 심기(心氣)를 화평하게 하며 빙장(얼음물)과 채과(과일과 익히지 않은 채소) 먹는 것을 절제해야 한다."
    여름철에 찬 음식을 절제해야 하는 이유는 인체의 모든 원기가 더위를 이기기 위해 피부로 몰려나오거나 상부(上部)로 떠서 뱃속이 허해지기 때문이다. 뱃속에 양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찬 것을 먹으면 소화기관이 손상되어 구토와 설사, 복통에 시달리기 쉽다. 심하면 발열과 오한이 겹쳐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갈증과 열기를 적절히 풀어주는 일도 필요하다. 바로 이럴 때 수박을 다양하게 이용하면 여름철 건강유지에 도움이 많이 된다.
    수박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싱겁고 독이 없어서 시원한 풍미는 말할 것도 없고 피로회복과 신경안정, 숙취해소에 매우 효과적이다. 또 여름철에는 신장 기능이 허약해지기 쉬우므로 얼굴이나 몸이 잘 붓는데, 수박에 풍부한 시트룰린 성분이 치료 효과를 발휘한다. 부종을 다스릴 때에는 수박탕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우선 잘 익은 수박을 골라 속살을 긁어낸 다음 헝겊주머니에 싸서 즙을 짜낸다. 그리고 큰 그릇에 넣어 약한 불에 2~3시간 은근히 졸이면 빨간 묵처럼 된다. 이 수박탕을 하루에 서너 번, 한번에 한 숟가락 정도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수박 껍데기는 가렵고 따끔거리는 땀띠를 가라앉힌다. 땀띠 난 부위를 껍데기 안쪽으로 문지르면 시원해지면서 땀띠가 사라진다. 여성들의 경우엔 수박씨를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수박씨가 여인들의 피부를 백옥처럼 만들어준다는 얘기가 있으며, 실제로도 수박씨를 간식거리로 볶아 먹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수박덩굴과 수박꼭지 달인 물이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 콧물, 재채기에 효과적이라는 민간요법도 있다. 수박덩굴 30g이나 수박꼭지 1개를 볶아서 가루낸 다음 하루에 3회 따뜻한 물로 복용하면 된다.
    하지만 수박도 냉한 성질이 있으므로 손발이 차거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과식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섭취하지 말고 조금씩 나눠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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