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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음 느낌표(Interrobang)
    ♥일상사 2008. 8. 11. 06:38



     

     

    물음 느낌표(Interrobang)

     


    추사 정희 선생은 제주도 유배 시절, 대정향교의 유생들 공부방인 동재에 ‘의문당(疑問堂)’이란 현판을 써주었다고 한다.

    스승의 말을 듣고 그냥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마음속에 의문을 품으며 학문에 정진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어른들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묻는 것은 선생님 몫이고 아이들은 대답만 한다.

    시험이라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래서 주눅이 든 아이들은 질문하는 버릇을 잃게 된다.


    근대에 와서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제압한 가장 큰 무기는 알파벳 문장의 맨 뒤에 찍히는 물음표가 아니었을까?

    이 간단한 부호가 과학과 기술을 낳고 위대한 문학, 철학을 태어나게 한 부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의문과 질문을 나타내는 물음표의 문화가 부족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각자 자기의 고유한 문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물음표만은 서양의 것을 그대로 따다 쓰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이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 알고 있는 모든 사물들에게 물음표를 달아보라.

    그러면 세상을 덮고 있던 먼지와 때가 벗겨지면서 낯설게 보일 것이다.

    물음표와 짝은 이루는 기호는 느낌표다.

    알고리즘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컴퓨터는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 번갯불처럼 스쳐가는 아이디어의 이 느낌표!


    물음표 형 인간은 복수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끝없이 회의하고 묻고 시험하고 주저하는 햄릿처럼, 가슴에 칼을 품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머뭇거린다.

    그래서 물음표만 있는 사람은 회색지대에 멈춰서 있다.

     

    그러나 느낌표의 ‘감동’은 느낄 감(), 움직일 동(), 즉 ‘느껴야 비로소 움직인다.’는 뜻이다.

    풍차를 거인으로 알고 뛰어드는 돈키호테의 열정과 저돌적인 행동이 보여주듯 말이다.

    물음표가 자동차의 브레이크라고 한다면 느낌표는 액셀러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물음표는 느낌표가 있기 때문에, 느낌표에는 항상 물음표가 동행하기 때문에, 각자 특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물음느낌표는 젊음을 탄생시키는 매직카드다.

     

    좌우 어느 한쪽 뇌만으로는 통합적인 미래의 나, 그리고 문명을 창조할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영어권에는 ‘최초의 펭귄(First Penguin)’ 이란 관용어가 있다.

    펭귄들이 뒤뚱뒤뚱 떼를 지어 바다로 모여들지만 정작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에는 일제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머뭇거린다.

    바다 속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먹이 감이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물개나 바다표범 같은 천적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뭇거리고 있는 펭귄의 무리 가운데 바다를 향해 맨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이 있다.

    그러면 그때까지 머뭇거리고 있던 다른 펭귄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Just Do It!

    불확실하지만 일단 무언가 저지르는 것. 끝없이 회의하다가도 순간적 직관이나 느낌으로 판단하고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

    이것이 의문과 감동이 한 몸이 된 ‘물음느낌표’의 상징적 부호가 의미하는 바이다.

     

    , 준비가 다 되었으면 불확실한 바다로 용감히 뛰어들어라.

    젊음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난다. 젊음은 그렇게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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