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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발심 수행자의 생활규범 [野雲 自警文]
    #佛敎 2008. 3. 14. 07:18
    초발심 수행자의 생활규범 [野雲 自警文]
    첫째,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받아 쓰지 말라.
    밭 갈고 씨 뿌리는 일에서 먹고 입기까지 소와 사람의 수고는 물론, 벌레들이 죽고 상한 것은 한량없을 것이다. 남을 수고롭게 하여 내 몸을 이롭게 하는 것도 옳지 못한데, 하물며 남의 생명을 죽여 내가 살려는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농사짓는 사람들도 늘 헐벗고 굶주리는 고통이 있고, 길쌈하는 아낙네도 몸 가릴 옷이 없는데, 나는 항상 두 손을 놀려 두면서 어찌 춥고 배고픔을 싫어하랴.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은 사실 빚만 더하는 것이지 도에는 손해되는 것이다. 해진 옷과 나물밥은 은혜를 줄이고 음덕을 쌓는다. 금생에 마음을 밝히지 못하면 한 방울 물도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풀뿌리와 나무열매로 주린 배를 달래고,
      송락과 풀잎으로 몸을 가리네.
      허공을 날으는 학과 흰구름으로 벗을 삼아
      높은 산 깊은 골에서 남은 세월 보내리.
    둘째, 내것을 아끼지 말고 남의 것을 탐내지 말라.
    삼악도의 고통을 가져오는 데는 탐욕이 으뜸이요, 여섯 가지 바라밀다에는 보시가 제일이다. 아끼고 탐내는 것은 선한 길을 막고, 자비로 보시함은 나쁜 길을 방비한다. 가난한 사람이 와서 빌거든 아무리 구차하더라도 인색하지 말라. 올 때도 빈손으로 왔고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
    내 재물도 아끼는 마음이 없는데 어찌 남의 것에 마음을 두랴. 아무 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평생에 지은 업만 이 몸을 따를 것이다. 사흘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요, 백 년 탐낸 물건은 하루 아침 티끌이다.
      어찌하여 괴로운 삼악도가 생겼는가.
      오랜 세월 익혀온 애욕 탓이다.
      부처님의 가사 바리 이대로 살 만한데
      무엇하러 쌓고 모아 무명 기르나.
    셋째, 말을 적게 하고 행동을 가벼이 말라.
    몸을 가벼이 움직이지 않으면 산란한 마음이 가라앉아 선정(禪定)을 이루고,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을 돌이켜 지혜를 이룰 것이다. 진실한 본체는 말을 떠난 것이고, 진리는 어떠한 일에도 흔들림이 없다. 입은 화의 문이니 반드시 엄하게 지켜야 하고, 몸은 재앙의 근본이니 가벼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자주 나는 새는 그물에 걸리기 쉽고, 가벼이 날뛰는 짐승은 화살에 맞을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6년을 설산에 앉아 움직이지 않으셨고, 달마스님은 소림굴에서 9년을 말이 없었다. 후세에 참선하는 이가 어찌 이 일을 본받지 않을 것인가.
      몸과 마음 선정에 들어 동하지 않고,
      토굴 속에 홀로 앉아 오가지 말라.
      잠잠하고 고요하여 아무 일 없이
      내 마음속 부처님께 귀의하리라.
    넷째, 좋은 벗은 친하고 나쁜 이웃은 멀리 하라.
    새가 쉴 때에는 숲을 가려 앉듯이, 사람도 배우려면 그 스승을 잘 선택해야 한다. 좋은 숲을 찾으면 편히 쉴 수 있고, 훌륭한 스승을 만나면 학문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좋은 벗은 부모처럼 섬기고, 나쁜 이웃은 원수처럼 멀리해야 한다. 학은 까마귀와 벗할 생각이 없는데, 붕새인들 어찌 뱁새를 짝할 마음이 있겠는가.
    소나무 숲에서 자라는 칡은 천 길이라도 올라가지만 잔디 속에 선 나무는 석 자를 면할 수 없다. 어리석은 소인배는 그때마다 멀리 하고, 뜻이 크고 높은 사람은 항상 가까이 하라.
      가고 오고 어느 때나 선지식 모셔
      마음속의 가시덤불 베어 버리라.
      그리하여 앞길이 활짝 트이면
      걸음마다 그 자리가 뚫린 관문*¹이어라.
    다섯째, 삼경(三更)이 아니면 잠자지 말라.
    끝없이 오랜 세월을 두고 수도를 방해하는 것은 졸음보다 더한 것이 없다. 하루 종일 어느 때나 맑은 정신으로 의심을 일으켜 흐리지 말고, 앉거나 서거나 가만히 마음을 살펴 보아라. 한 평생을 헛되이 보낸다면 두고두고 한이 될 것이다. 덧없는 세월은 찰나와 같으니 나날이 놀랍고 두려우며, 목숨은 잠깐이라 한때라도 보증할 수 없다. 조사의 관문을 열지 못했다면 어찌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겠는가.
      졸음 뱀이 구름 끼니 마음달 흐려
      도 닦는 이 여기 와서 갈 바를 모르네.
      이 속에서 비수검 빼어 들면
      구름이란 간데 없고 달빛 밝으리.
    여섯째, 잘난 듯이 뻐기거나 남을 업신여기지 말라.
    어진 행동을 닦는 데는 겸양이 근본이고, 벗을 사귀는 데는 공경과 믿음이 으뜸이 된다. 나니 너니 하고 교만이 높아지면, 삼악도의 고해가 더욱 깊어진다. 밖으로 나타난 위의는 존귀한 듯하지만, 안은 텅 비어 썩은 배와 같다. 벼슬이 높을수록 마음을 낮게 가지고 도가 높을수록 뜻을 겸손히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다 남이다 하는 집착이 없어지는 곳에 도는 저절로 이루어지며, 마음이 겸손한 사람에게는 온갖 복이 저절로 돌아온다.
      교만한 티끌 속에 지혜 묻히고
      나다 너다 하는 산에 번뇌 자라니.
      잘난 체 안 배우고 늙어진 뒤에
      병들어 신음하니 한탄뿐이네.
    일곱째, 재물이나 여색은 바른 생각으로 대하라.
    몸을 해치는 것은 여색(女色)보다 더한 것이 없고, 도를 잃게 하는 것은 재물에 미칠 것이 없다. 그러므로 부처님이 계율을 제정하여 재물과 여색을 엄금하신 것이다.

    '여인을 보거든 독사와 호랑이처럼 여기고, 금이나 옥을 대하거든 나무나 돌같이 보라.'
    비록 어두운 방에 홀로 있더라도 큰 손님을 대한 듯이 하고, 남이 볼 때나 안 볼 때나 한결같이 해서 안과 밖을 달리하지 말아라. 마음이 깨끗하면 선신(善神)이 수호하고, 여색을 생각하면 천신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선신이 수호하면 험난한 곳에서도 편안하고, 천신들이 용서하지 않으면 편안한 곳이라도 불안이 따른다.
      탐욕은 염라왕의 지옥문이고,
      청정은 아미타불의 연화대이다.
      고랑 차고 지옥 가면 고통이 천 가지,
      배로 가는 극락세계 기쁨이 만 가지.
    여덟째, 세속 사람과 사귀어서 미움받지 말라.
    마음 속에서 애정을 끊어버린 이를 사문(沙門)이라 하고, 세상 일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出家)라 한다. 이미 애정을 끊고 세상을 떠났는데 무엇하러 세상 사람과 다시 사귈 것인가.
    세속을 그리워하고 못 잊어 하면 '도철'이라 한다. 도철은 본래부터 도의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인정이 짙으면 도의 마음이 멀어지니 인정에 사로잡히지 말라. 출가한 뜻을 등지지 않으려면 명산을 찾아가 깊은 뜻을 연구하라. 가사와 바리로 인정을 끊고, 주리고 배부른 데에 무심하면 저절로 도는 높아질 것이다.
      나와 남 위하는 일 착하다 해도
      그건 모두가 생사 윤회의 씨가 된다.
      솔바람 칡덩굴 달빛 아래서
      그릇됨이 없는 조사선을 닦으라.
    아홉째,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칭찬하고 헐뜯는 말을 듣더라도 마음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잘한 일 없이 칭찬을 받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요, 허물이 있어 시비를 듣는 것은 기쁜 일이다. 기뻐하면 잘못을 고치게 되고, 부끄러워하면 도 닦는 데 채찍질이 될 것이다.
    남의 허물을 말하지 말라. 마침내는 그 허물이 내게로 돌아올 것이다. 남을 해치는 말을 들으면 부모를 헐뜯는 말과 같이 여겨야 한다. 세상은 오늘 남의 허물을 말하지만 내일은 다시 내 허물을 말할 것이다. 모든 일이 다 허망한 것인데, 비방과 칭찬에 어찌 걱정하고 기뻐할 것인가.
      종일토록 잘잘못을 시비하다가
      밤이 되면 흐리멍덩 잠에 빠진다.
      이같은 출가는 빚만 늘어서
      삼계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
    열째, 대중과 함께 살 때에 마음을 평등하게 가지라.
    애정을 끊고 부모를 하직한 것은 온 세상을 평등하게 보기 때문이다. 만일 가깝고 먼 것이 있다면 마음이 평등하지 못한 것이니, 그렇다면 출가하여 무슨 덕이 있겠는가. 마음에 사랑하고 미워하는 분별이 없다면, 어찌 이 몸에 괴롭고 즐거운 성쇠(盛衰)가 있으랴.
    평등한 성품에는 나와 남이 없고, 큰 거울에는 멀고 가까움이 없다. 삼악도에 드나드는 것은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요, 육도(六道)에 오르내리는 것은 친하고 성긴 업으로 이루어진다. 마음이 평등하면 가지고 버릴 것이 없으니, 가지고 버릴 것이 없다면 생사가 어디 있겠는가.
      위 없는 보리도를 성취하려면
      언제나 평등심을 굳게 가지라.
      사랑하고 미워하는 차별 있으면
      도는 더욱 멀어지고 업만 깊으리.
    그대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눈먼 거북이 나무 구멍을 만난 것처럼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한 평생이 얼마나 된다고 닦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느냐. 사람으로 태어나기도 어렵지만, 불법 만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금생에 놓쳐 버리면 만겁을 지내도 다시 만나기는 힘들다.
    이 열 가지 계법(戒法)을 지키고 부지런히 닦아 물러나지 말고 속히 정각(正覺)을 이루어 중생을 제도해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 혼자만 생사의 바다에서 뛰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중생을 건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가 끝없는 옛적부터 금생에 이르도록 생사에 오락가락할 때 번번이 부모를 의지했을 것이니, 그 끝없는 세월에 부모 되었던 이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와 같이 생각하면 육도 중생이 그대의 부모 아닌 이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중생들이 모두 악도에 떨어져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밤낮으로 받고 있으니, 그들을 제도하지 않는다면 어느 때 벗어날 것인가. 가슴을 오리는 듯 애닯고 슬픈 일이 아닌가!
    천 만 번 바라노니, 그대는 어서 큰 지혜를 밝히고 신통 변화를 갖추며, 자유자재한 방편으로 거친 파도에 지혜 배가 되어, 탐욕의 기슭에서 헤매는 미혹의 중생을 제도하라. 그대는 아는가, 삼세 부처님과 역대 조사들이 우리와 같은 범부였다는 사실을, 그도 장부요 나도 장부이니,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옛 사람의 말에 '도가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도를 멀리 한다'고 하였으며, 또 '내가 착하려고 하면 착한 것이 스스로 따라 온다'하였으니, 진실로 옳은 말씀이다. 만일 믿는 마음만 물러서지 않는다면 누가 자성(自性)을 깨쳐 부처를 이루지 못하겠는가.
    이제 삼보를 모시고 낱낱이 그대에게 경계했으니, 만일 잘못인 줄 알면서 일부러 범한다면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어찌 삼가하지 않겠는가.
      옥도끼*² 뜨고 지니 늙음은 잠깐 
      금까마귀
      *³ 들락날락 세월만 가네.
      명예와 재물은 아침의 이슬,
      영화롭고 괴로운 일 저녁 연기라.
      간절히 도 닦기를 권하노니, 
      어서어서 부처되어 중생 건지라.
      이생에 나의 말을 듣지 않으면
      오는 생에 반드시 한탄하리라.

    관문 : 진리에 들어가는 문. 주로 선가(禪家)에서 쓰는 말.
    옥도끼 : 달을 비유한 말.
    금까마귀 : 해를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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