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말하는 겁(劫)이란
범어 kalpa의 음사(昔寫)로써 겁파(劫波)라고도 하는데,
번역하면 긴 시간(大時)이라는 의미입니다.
인도에서는 가장 긴 시간을 말할 때 바로 '겁'이라 표현합니다.
말하자면 무한하게 느껴지는 오랜 시간을 가리키는 말이지요.
<잡아함경 雜阿含經>을 보면 반석겁(磐石劫)과
개자겁(芥子劫)의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반석 겁이란 사방으로 크기가
일유순(一由旬=40里에 해당)이나 되는 큰 바위를 백년에
한 번씩 부드러운 비단 천으로 살짝 스쳐서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일겁(一劫)이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자 겁은 마찬가지로 사방 일 유순이나 되는
큰 성(城)에다가 개자씨를 가득 채워놓고서
백년에 한 알씩을 꺼내어 그것이 다 없어질 때까지를
가리켜 개자겁이라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우리 인간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
그리고 시간개념으로서는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을 겁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이렇게 긴 시간을 설정하고 있는가 하면
'찰나'라는 극히 짧은 시간에 대한 개념도 있습니다.
찰나(刹那)는 범어 ksana의 음사로, 염(念).
염경(念頃)이라 번역됩니다.
즉 극히 짧은 시간, 최소의 시간개념을 말하는데
그 단위가 어느 정도인가 <대비바사론 大毘婆t少論>을 인용하여
설명드린다면 일찰나(一刹那)는 현재시간으로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설(異訛)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 짧은 찰나의 순간순간 모든 존재는
생멸(生滅)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찰나 생멸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겁과 같이 영원에 가까운 긴 시간과 함께,
또한 찰나와 같은 극히 짧은 시간개념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록 진리는 영원하다(겁) 하더라도
우리에게 부여된 시간(즉 인연의 순간순간)은 얼마나
짧은(찰나) 것인가를 시간개념으로서 일깨워 주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현재 주어진 삶의 무상성(無常性)과
진리의 영원성(永遠'注)을 다함께 마음에 새겨서
더욱 열심히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