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자기계발서로 리더십 관련 서적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엔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상사(上司)’를 대하는 기술에 대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상사와 유쾌하게 일하는 10가지 기술’이란 책이 나오더니, ‘상사 사용설명서’라는 발칙한 제목의 책도 나왔고, 아예 ‘못된 상사 밑에서 살아남기’란 책도 출간됐다.
이같은 책들은 직장내 처세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엔 ‘팔로워십’(followership·피지도자의 능력, 자질)에 관한 서적들이 눈에 띄는데 리더십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부하력’ 또는 ‘간부학’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주변에서 ‘참모론’에 관한 참고할 만한 자료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면에서 직장인은 누구나 ‘참모’다. ‘보스’를 제외하면.
임성학(50) ‘임성학 멘토링 컨설팅연구소’소장은 25년동안 직장생활을 토대로 ‘실전적’인 참모론을 편다. 최근 ‘인생게임에서 이겨라’(청어)라는 책을 내기도 한 임 소장은 “부하와 참모는 다르다. 부하는 단순히 시키는 대로 일하는 직원이라면 참모는 조언과 설득을 통해 자기의 뜻을 관철하고 조직을 발전시키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보통 직장에서 참모라면 최고경영자(CEO)를 바로 밑에서 모시는 임원을 가리킨다”며 “조언을 해서 보스가 받아들이도록 하되 자신이 내침을 당하지 않는 게 진정한 참모학”이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참모론’을 강조한다. 임 소장이 들려주는 ‘명 참모가 되기 위한 기술’을 정리해 본다.
◆ 신뢰와 믿음, 그리고 전문성 = 보스와 참모의 가장 우선돼야 할 조건은 신뢰와 믿음이다. 특히 참모의 신뢰와 믿음이 의심 받으면 아무리 좋은 조언이라도 보스가 설득되거나 제안이 채택되지 못한다. 참모는 조언자로서의 신뢰를 구축하는 게 가장 우선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장기를 두지 못하는 사람이 훈수를 두는 것처럼 특정분야에 부족한 지식을 갖고 설득력 있는 조언을 할 수 없다. 참모는 영업·관리·정책 중 적어도 한 분야에선 전문가가 돼야 한다. 자신이 자신 있는 부분만 조언을 하는 자세도 신뢰구축을 위해 중요하다.
◆ 칭찬 그리고 공감대 =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보스를 칭찬하라. 아부라고 폄하하지 말라. 협상력에 가장 중요한 게 일단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상대를 칭찬함으로써 마음이 풀리고 편안함과 친밀감을 주는 심리적 효과가 있으며 보스도 예외가 아니다. 자기의 설득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먼저 칭찬하라. 사실 보스의 생각이 100가지라면 참모는 30 정도 밖에 안된다. 보스가 더 총괄적으로 상황을 보기 마련이다. 보스의 고민이나 생각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대를 표현하라. 보스의 답답한 속을 후련하게 해준 뒤 하는 조언이 설득력이 있다.
◆ 반복, 확신, 열과 성의 = 보스는 이것저것 고려하다 보니 생각이 더 많다. 보스는 따라서 결정에 있어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럴 경우 보스는 “자, 참모들이여. 나를 설득시켜 봐라”라는 마음을 속으로 갖고 있다. 이때 참모 역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 낙제점이다. 보스는 확신을 갖고 열과 성의로 밀어붙이는 참모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에게 넘어가게 돼 있다. 포기하지 말고 반복해 설득하라. 물론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반복해 설득하면 그 성의에 감동받을 수도 있으며 “너한테 졌다”라는 보스의 수락을 받아낼 수 있다.
◆ 사례와 비교 그리고 복수의 선택권 = 현재 처해있는 입장과 유사한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비교해 가며 설득하라. 보스는 자신의 처지와 같은 경우의 사례를 통해 공감대를 갖는다. 과거에 일어난 문제점과 현재·미래에 발생될 문제점, 장·단점, 필요성에 대해 세밀히 분석·비교해 설득함으로써 보스의 불안감을 없애고 최상의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이때 조언을 단도직입적으로 ‘예스’나 ‘노’를 선택하게 한다든가,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단순논리식 설득을 하면 조언을 받는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좁아져 협박을 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책, 중책, 하책으로 구분해 설명하고 보스에게 선택을 맡긴다. 그래야 나중에 문책당할 우려도 적다.
◆ 감성과 기분, 그리고 시기 = 보스가 조언을 인정하면서도 망설일 때, 감성에 호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을 움직이면 결단은 쉬워진다. 또 기분이 상할 조언은 되도록이면 늦게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아침에는 좋은 면만 보고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아침에는 전반적으로 몸과 마음이 무겁기 마련이다. 따라서 좋은 보고나 조언은 아침 일찍해도 무방하지만, 기분이 상할 조언이나 보고는 가능하면 조금 늦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 하는 것이 좋다. 또 보스가 긴급한 약속에 쫓기는 중이라든지 기밀적인 설득을 해야 할 경우에는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 의중 그리고 윈윈전략 = 진언하고자 하는 뜻을 100% 관철시켜 만족을 얻고자 한다면 설득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목표하는 내용에서 일부는 관철하고 일부는 무산될 수 있다는 마음을 먹고 설득을 해야 한다. 상대방의 부담이 줄기 때문에 무리없이 조언을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이 진언하고자 하는 뜻이 좋다고 하더라도 보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진언을 할 경우에는 위험하다. 또 보스의 의중을 모르는 조언은 자신을 망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역사에서 왕에게 진언을 했다가 죽임을 당하거나 귀향에 처해지는 인물이 나중에 충신으로 받들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지만 그들은 진정한 ‘참모’로서는 낙제점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상대의 의중을 세심하게 살필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