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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우아(用敵于我)|

박주흥 2010. 4. 15. 06:39

 

 

 

용적우아(用敵于我)

用 쓸 용 敵 원수 적 于 어조사 우 我 나 아

"나를 위해 적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적을 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없애려는 생각은 짧아도 한참 짧은 생각이라는 의미이다.


춘추전국시대, 한(韓)나라 재상(宰相) 공숙(公叔)은 왕자 궤슬과 권력을 놓고 항상 대립했다.
이 권력다툼은 궤슬이 국외로 추방되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공숙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자객을 보내 궤슬을 암살하려 했다.
그러자 그의 측근이 다음과 같이 충고했다.

"태자 백영이 재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궤슬이라는 존재 때문입니다.
태자는 궤슬을 견제해야 하는데 재상께서 그 견제역할을 해오셨기 때문에 자리가 보존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궤슬이 없어 져 보십시오.
그때는 재상께서 태자의 표적이 될 것입니다.
궤슬이 존재햐야만 재상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공숙은 궤슬 암살 계획을 취소했다.

적은 어떤 적이든 좋을 것이 없다.
하지만 적의 역량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 또한 정치인의 능력이다.
상대의 작용을 여러모로 냉정히 따져보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필요하다면 적과도 동거(同居)도 감수해야 한다.
정적(政敵)의 존재는 자신이 저지를지도 모를 실수를 미연에 방지해 주는 방패 역할을 할 수도 있으며,

강력한 적이 있음으로써 자기 진영의 단결을 다지는 촉매로도 작용할 수 있다.

역사상 유명한 정치가들 가운데 고의로 반대파를 남겨놓은 경우가 적지않다.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야말로 상생(相生)의 정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요즈음 정치인들은 상생(相生)은 커녕 상살(相殺)의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나름대로 싸우는 이유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상대의 잘못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리고 싶어할 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당리당략(黨利黨略)적 파쟁(派爭)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